질병 판매학
레이 모이니헌.앨런 커셀스 지음, 홍혜걸 옮김 / 알마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언급된 GSK(글락소 스미스 클라인), 로슈Roche, 쉐링푸라우Schering-Plough등의 제약회사 이름이 너무나 친숙하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고혈압Hypertension의 의학적 용어에 파묻혀 사는 제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의료계 밖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관점으로 의료계를 보나 이 책을 포함한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는 짐작이 갑니다. 질병의 홍보가 제약회사의 약 판매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죽어요> (폴 방키몽 저/김미선 역/서해문집 출판)라는 책을 통해 이미 제약회사의 비판을 읽은 바 있는 저는 이 책의 내용이 충격을 주거나 새롭지 않았습니다. 담담하다는 것이 도덕불감증일까요?

 

 이 책의 맹점을 지적하고자 저의 알라딘 블로그 통해 몇 가지 의학적 내용을 올렸고 비판을 기다렸으나 눈에 띄는 댓글은 없었습니다. 의사유발수요의 단편적인 예를 보여 주기 위해 제왕절개에 관한 투표를 실시하였는데, (단 네분이 투표하였지만) 100% 수술을 하겠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책의 구절구절에 대한 반론을 글로 쓴다면 작은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틀린 내용(사실)을 써 놓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보고서를 읽은 적은 없지만 이 내용의 진실성에 동감합니다.


 한 방송 토론에서 의사의 감기(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보고 시민 단체 대표자분이 의사들의 비도덕성을 비난하였습니다. 의료 체계의 개선보다 의사의 도덕성이 더 중요한 것이라면 학교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을 위한 법률 보다는 학교 운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이 책을 읽고 제가 걱정하는 것은 가치판단입니다. 저도 어렵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잘 모르겠는데, 이 저자는 당당하게 비평을 합니다.


 - ‘이류 유권자가 삼류 정치를 만든다.’ ; 저의 주위 사람이 정치를 비판할 때 저는 위와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류 환자(?)가 삼류 의료 체계(의료인)를 만든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류 환자가 아닌 일류 환자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완벽한 도덕성을 갖은 의사를 기대한 것과 뭐가 다른가?’ 이야기하면 역시 저도 논리의 모순에 빠집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다수 독자가 의료인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읽게 된다면 다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의료인은 학문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며 의학 역시 학문적으로 완벽하지 않습니다. 물**라는 별명을 갖은 분이 저에게 ‘의사들도 잘 모르데요.’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교과서를 한 줄로 쌓아 놓으면 저의 키보다 높습니다. 그 많은 내용을 다 이해하고 암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부분의 의사는 보통 사람입니다. 성인군자와 같은 의사, 극소수 있습니다. 나쁜 의사, 안타깝지만 역시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를 잘 치료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의사로 소문이 나고, 많은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돈도 벌고.’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진단 - 이것을 원하면 검사가 많이 시행될 수 있고, 완벽한 증상의 호전 - 이것은 과도한 투약을 포함한 치료를 가져오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의 질병은 환자의 생활 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기본입니다. 고혈압은 중풍이나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투약이 필요한데, 더 중요한 것은 금연, 적절한 체중 조절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바가 이것입니다. 전혀 생활적인 면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약은 그 치료효과가 매우 미미합니다. 약으로만 치료받으려는 환자, 환자에 동조하는 의사, 환자-의사에게 동조하는 제약회사 그리고 이제는 그 역순.


 노화와 사망에 대한 수긍이 필요합니다. - 이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인데,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늙는다는 것은 슬프고, 죽는다는 것은 무섭습니다. 그러나 첨단의 현대의학으로도,  어떤 훌륭한 의사도 노화와 사망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의학으로 도움을 받을 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라딘 서평단에 뽑혀 이 서평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 ; 이 책에서는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아 약을 파는 의사들이 묘사되고 있는데, 나는 출판사의 후원을 받아 (이 책을 무료로 받았으므로) 서평을 쓰고 이 서평은 책을 판매의 홍보자료로 쓰일 테니 정말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제약회사 직원들에게 다음 같은 말을 할 것입니다. ; 상대편의 반격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반격은 미미하였다.

cf ; 알리딘 블로그 ; 마립간 마이페이퍼 글 ; 질병판매학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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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12-0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지 투표는 4명 참가, 또 다른 투표는 1명 참가... 인기 없는 서재가 서글프다.

marine 2006-12-0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옳은 소리는 원래 인기가 없는 법이죠^^
전 의사들이 대중적인 글들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안 읽어 봤지만 일종의 음모론도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런 서평을 용감하게 쓰신 마립간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마립간 2006-12-08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마린님, 격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의 견해가 옳은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인기가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외면한다고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