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발매되는 이승환 9집의 타이틀곡 제목이다.
이 노래를 쓰게 된 배경은 올해 5월 달에 mbc에서 방송했던 "휴먼 다큐, 사랑-너는 내 운명"편을 보고서 너무 감동을 받아 20분 만에 만들었다고... 가사는 9월 달에 썼지만, 노래는 그 순간 탄생했다.
일단 노래를 이미 들어본 나로서는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방송을 보기로 했다.
그녀의 이름은 서영란, 작년에 28살이었다. 만이 아니었다면 나랑 동갑이다.
그녀의 남편 정창원(37). 그들은 나이 차만큼 학력차도 있었고, 집안의 반대도 극심했다. 그들이 만나 사랑하게 되었을 때, 서영란- 그녀는 간암 말기였다.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는데 2년을 투병생활을 하였다.
부모님의 반대로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고 서로의 맹세에 기대어 같이 살기 시작했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오로지 그녀의 치료에만 몰두했다. 지리산에서 보금자리를 꾸미고, 그 산에 기대어 병을 이겨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취재팀이 그들을 만난 것은 11월 경이었나 보다. 그 무렵의 인터뷰 때 이미 그녀의 병은 온 몸에 진행되어 있었다. 간의 70%를 절개했지만, 이미 폐에 전이되어 있었고, 이제 뇌에까지 퍼져버렸다.
더 흉한 모습이 되기 전에, 그들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하였다. 처음 투병 생활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영정사진을 남겼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부모님은 사위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 뿐이다. 아직 젊고 건강한데, 어서 새출발을 하라고 해야 하는데, 미는 손 밀어내는 사위가 미안하고 고맙기만 하다.
모처럼의 외출로 결혼 반지를 고르고, 웨딩 드레스는 업체에서 직접 옷을 들고 병원을 방문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녀, 방사선 치료로 다 빠져버린 머리를 가발로 가리고 해맑게 웃는다. 이제 결혼식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헌데, 아버지께서 올라오지 않으셨다. 축하하러 오는 사람들 마음 두번 죽이는 거라고, 그게 뭐냐고 아버지는 끝내 걸음을 마다하셨다. 딸은 서러웠다. 누군 이 모양 이 꼴로 결혼하고 싶은 건 줄 아냐고... 왜 자기들 생각밖에 안 하냐고... 마음 편학 해 주면 안 되느냐고...
격하게 울던 그녀가 마비 증세를 보인다. 결국, 결혼식은 취소되었다. 온 몸에 마비, 통증, 어머니와 남편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12월 4일 결혼식 날짜는 지나가고, 5일 하루 동안을 온종일 고통에 신음하다가, 6일 새벽에 그녀는 숨을 거뒀다. 28살, 그 한창 나이에.
남편은 그녀의 유언대로 지리산 자락에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들이 함께 보금자리를 꾸몄던 자리에 창원씨는 여전히 살고 있었다.
아직은 그녀를 잊는 것보다 잊지 않는 것이 더 쉽노라고...
매일매일 청소를 하며 뜻하지 않게 그녀의 흔적을 발견한다. 국어사전에 붙어있던 포스트 잍의 그 메모는, 날짜가 적혀 있어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에게 투정을 부렸던 날이었나 보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적어내린 예쁜 손글씨에 남편은 또 다시 오열을 터트린다.
금년 5월, 그녀가 원했던 대로 집 앞 텃밭에 예쁜 꽃을 심었다. 흑염소는 새끼도 나았다. 함께 보고 싶었던 것들을, 이제 남편은 혼자 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그녀가 없는 곳이 없다. 그렇게 그 둘은 함께 있는 것이다.
이미 내용도 다 알고 있었고, 슬플 거라고 짐작하고 본 건데도 눈물이 그쳐지질 않았다. 지금도 막 눈물이 난다.
다 보고서 이 방송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역시 눈물이 와락 솟는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마음이 볶이고 있었다. 불편하고, 불안하고, 그래서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내 마음이 힘들어서, 나를 힘들게 하는 나의 사정이 서러워서, 나는 밤마다 울기를 반복했다. 큰 욕심 부리며 살지 않는데, 왜 이렇게 사는 게 피곤한 건지, 내 인생 왜 이런지... 나는 탄식을 거듭했다.
물론, 머리로는 늘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크나큰 고민에 휩싸여 있어도, 그것이 목숨 앞에, 죽음 앞에 내세워질 때는 얼마나 하찮아 지는 지를...
그러나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막연한 죽음이나 이별은 내 고통을 잠재우는 데에 효과가 없었다. 내 안에는 나로만 꽉 차서 그것 만으로도 버거웠으니까.
지금도, 너무 아프게, 동시에 너무 행복하게 사랑했던 그들 부부를 보면서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그로서 내 마음이 평안해지지는 않는다. 안타까움은 안타까움 그대로이고, 나의 문제는 여전히 나의 문제로 남아 있으니까.
그럼에도, 조금은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적어도 한시간 전보다 더 감사할 게 많음을 지금은 알고 있으니까.
지금도 신랑 창원씨는 지리산에 살고 있을까. 그렇더라도, 아니더라도, 그 마음에 평안이 깃들기를, 역시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내가 태어난 날에 이 땅을 떠난 그녀의 명복을 함께 빌어본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사랑이 잠시 쉬어간대요
나를 허락한 고마움 갚지도 못했는데
은혤 잊고 살아 미안한 마음뿐인데
마지막 사랑일거라 확인하며 또 확신했는데
욕심이었나 봐요
나는 그댈 갖기에도 놓아주기에도 모자라요
우린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 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해요
그 때까지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마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사랑한단 말 만 번도 넘게
백년도 넘게 남았는데
그렇게 운명이죠 우린
악연이라 해도 인연이라 해도 우린
우린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 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해요
그 때까지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마요
안 돼요 안 돼요
그대는 나에게
끝없는 이야기
간절한 그리움
행복한 거짓말
은밀한 그 약속
그 약속을 지켜줄 내 사람
너만을 사랑해
너만을 기억해
너만이 필요해
그게 너란 말야
너만의 나이길
우리만의 약속
그 약속을 지켜줄 내 사람
너만을 사랑해
너만을 기억해
너만이 필요해
그게 너란 말야
너만의 나이길
우리만의 약속
그 약속을 지켜줄 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