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8시쯤 서울시내 모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1만원권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영수증 카드를 제시하고 빵 8000원어치를 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현금영수증(www.taxsave.go.kr) 사이트에서 사용 내역을 조회해 보고 깜짝 놀랐다. 3시간쯤 뒤인 10시58분 가맹점에 의해 일방적으로 구매가 ‘취소’ 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 A씨는 다음날 업소 측에 항의했지만 돌아오건 상품권이 어쩌고저쩌고하는 횡설수설뿐이었고, 결국 국세청에 신고하고서야 구매 내역을 복원할 수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면 직장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분주해진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도입돼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평가받는 ‘현금영수증’ 제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세원 노출을 꺼리는 업체들의 현금영수증 거부 방법도 점차 복잡·다양화하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기가 고장났다며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이제 고전적인 수법이다. 아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엉터리 영수증을 발급해주면서 현금영수증을 끊었다고 속이는가 하면, 고의로 휴대전화 번호 입력을 잘못해 효력을 취소시키는 사례도 빈번하다.

물론 A씨와 같은 사례도 드물지 않다. 현금영수증 사용 홍보가 한창이던 지난 1월에는 소비자가 돌아간 뒤 현금영수증 사용 내역을 임의로 취소하는 업소들이 있다는 전화 신고가 잇따르자 국세청이 “자체 분석 후 세무조사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취소 건수가 많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의도적인 취소인지, 단순한 입력 오류인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전산세원팀 김모 사무관은 “현실적으로 고의 취소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신고를 받은 경우 소비자에게 다시 귀속시키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조사에 착수한 업체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카드로 현금영수증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가맹점의 임의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카드를 사용하더라도 카드를 읽는 리더기는 번호를 임시 저장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는 데다 POS(대형전자금전등록기)는 카드 번호를 자동 저장하기 때문에 이를 다시 불러내 얼마든지 취소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보급형 카드리더기를 보급하는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는 사용자의 제휴카드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를 기억하면 따로 카드를 긁지 않아도 가맹점이 원하는 대로 발급내역을 취소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대형 POS를 이용하는 패밀리레스토랑의 박모 부점장도 “카드를 입력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더라도 POS가 자동적으로 카드번호를 저장하고 있기에 이를 다시 불러내 임의 취소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신아인 기자 freewil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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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드내면 싫어하면서..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