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전국 중·고교에서 실시 중인 수준별 이동수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지 못한 채 교실과 교사 부족,평가 방식의 한계 등으로 일선 학교에서는 ‘하나마나한 수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전국 중·고교 학생 1만3727명과 교사 2713명을 대상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수준별 이동수업 후 성적이 향상됐다’는 중·고교생은 전체의 9.1%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한 학생은 42.9%에 달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48%였다.
‘수준별 이동수업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나’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응답한 중·고교생은 26.3%에 그쳤다. ‘보통’이라고 답한 학생이 46.8%로 가장 많았고,‘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26%였다. 특히 하위권 학생일수록 수준별 이동수업이 성적 향상 및 수업 이해 등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K고 2학년 H(17)군은 “수준별로 반이 나뉘어도 선생님만 달라질 뿐 똑같은 교과서로 배운다”면서 “시험 때 상대반 교과서 필기를 베껴야하고,매번 반 이동하는 게 번거롭다”고 말했다.
교사들 역시 수준별 이동수업이 사교육비를 경감시키지 못하는 등 본래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교사 2713명 중 76.6%가 ‘수준별 이동수업이 사교육비를 경감시켰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고,‘보통’이라는 응답이 18.8%를 차지했다.
K고 2학년 영어 담당 교사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해도 상·하반이 동일한 시험지로 평가받기 때문에 수업 효과가 적다”면서 “상·하반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만 생긴다”고 털어놨다. 서울 H중 2학년 수학 담당 교사도 “수준별 이동수업이 학교 현장에서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왜 (이동수업을) 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준별 이동수업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교재 개발’(21.3%),‘수업시간 경감 ’(21.3%),‘교육환경 개선’(20.4%),‘교원 확충’(19.5%),‘평가 방식 개선’(17.4%) 등을 꼽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