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를 이벤트사에 맡기는 이른바 ‘위탁 운동회’가 초등학교에 유행하고 있다.
형식적인 준비 단계를 생략하고 운동회를 하나의 축제로 즐기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고 자칫 행사가 흥미 위주로 진행돼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벤트사의 운동회 특수=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의 금교초등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벤트사에 운동회 진행을 맡겼다. 지난 14일 전교생 1150명과 학부모,교직원까지 총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역사회의 단결과 화합’을 주제로 가을 운동회를 치렀다. 학교 측은 구태 의연한 프로그램 대신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더하자는 취지에서 운동회를 전문 이벤트사에 위탁했다. 2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교사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당일 이벤트이다 보니 전교생이 운동회 준비에 동원될 이유가 사라졌다. 교사들도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과천시의 청계초등학교와 화성시 해운초등학교 등도 최근 100여만원을 들여 운동회를 이벤트사에 맡겨 진행했다.
서울 방이동 한 이벤트 업체는 올 가을에만 초등학교 38곳에서 운동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한 학교당 최소 100만원을 받아도 38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D체육연구소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전체 초등학교의 30∼40%가 운동회를 이벤트사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 위주 운동회는 교육 의미 퇴색=위탁 운동회가 늘어나는 이유는 교사들이 운동회 준비를 번거롭게 느끼기 때문이다. 여교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한몫을 한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주일에 3시간 있는 체육 수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운동회 준비까지 하라고 하면 누가 반기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도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운동회를 여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체육부장은 “올해 처음 이벤트사에 맡겨봤는데 선언문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 등의 문구가 들어가 당황스러웠다”며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흘러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