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문화재청이 소유권 “佛 오르세처럼 근대미술관으로”
[조선일보 신형준기자]
올해로 여든한 살을 먹은 서울역 역사(驛舍·사적 284호)의 미술관 탈바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철도역을 개조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1986년 개관)처럼 이곳도 근대 미술관으로 개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역 역사는 이달 말쯤 한국철도공사에서 문화재청으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23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일반인이 찾기가 무척 어렵다. 10월 말 소유권이 넘어 올 예정인 옛 서울역을 오르세미술관처럼 근대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지난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이 같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문화재청 실무 책임자들도 “연건평 2000여 평에 이르는 내부를 조금만 수리하면 훌륭한 미술관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곤 문화부장관 역시 지난 7월 초 취임 100일 기자 회견 때 “외국에서도 고속철 등 대체 교통 수단의 발달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차역을 문화적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가 많다”며 “문화재청과 협의해 옛 서울역을 문화적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다시 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로는 오르세미술관 외에도 영국 브리스톨 ‘대영제국박물관’, 독일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 등이 철도역이었다가 최근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문화재청과 문화부는 옛 서울역의 ‘문화 공간 재탄생’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세부적인 입장은 조금 다르다. 우상일 문화부 공간문화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오르세미술관은 역 건물뿐 아니라 플랫폼까지 미술관으로 개조했으며, 세계적인 근대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옛 서울역은 미술관으로 쓰기에는 좁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옛 서울역을 역사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되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활력이 넘치는 문화 공간이 돼야 하며 ▲수익성을 내는 사업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활용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역광장도 옛 서울역과 연계된 ‘문화광장’으로 탈바꿈해야 하며, 옛 서울역이 도로에 둘러싸인 ‘교통 섬’으로 자리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접근 편이성을 위해 교통체계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부는 옛 서울역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공모제’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옛 서울역은 원래 철도청 소유였지만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민영화되면서 국유인 문화재청 소유로 넘어오게 됐다. 1922년 6월 착공, 1925년 9월 준공된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1899년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된 뒤 1900년대 들어 경부선·경의선·경원선이 잇따라 개통되면서 일제는 중국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새로운 철도역이 필요하게 됐다. 이때 만든 것이 서울역이다. 그러나 비잔틴풍 돔과 르네상스적 외관이 조화된 수려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1980년대 초반 보수공사가 있었지만 모두 내부에만 국한됐으며, 외관은 잘 보존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