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단숨에 주연, 공채는 평생 조연?
[오마이뉴스 2006-10-24 13:35]    
[오마이뉴스 이상욱·정연경 기자]
▲ 가수들의 드라마 캐스팅 논란을 일으킨 MBC 드라마 <궁2>의 포스터
ⓒ2006 그룹 에이트픽스

드라마 주연은 가수만 되고, 공채 출신은 안 된다?

'2006년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란 설정으로 올해 초 안방극장의 인기를 끌었던 MBC 드라마 <궁>의 후속편인 <궁2> 주연에 가수 세븐과 '더 자두' 멤버 강두가 발탁된 것과 관련 논란이 일었다.

<궁2> 제작진은 지난 17일 세븐, 강두, 허이재, 박신혜가 주연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캐스팅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은 가수 세븐이 주인공 '이후' 역할을 맡은 것과 가수 강두가 '이준' 역할을 맡은 것. 세븐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고, 강두의 경우 MBC <한뼘드라마> <안녕프란체스카 3> 등에 출연한 것이 전부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연기력을 검증받지 않은 가수의 드라마 출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아이디 'ysj5635'는 "가수의 드라마 진출은 진정한 연기 지망생들이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아울러 'searain5'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가수보다 연기자에게 더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궁2 캐스팅'이란 제목의 글에 댓글을 단 아이디 'goa2955'는 "전부 가수 출신이죠"라며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라고 말했다. 'hihi1080dog'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이번에 중년이 받쳐준다 하더라도 주연이 다 신인이라 망할 것도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수들은 단번에 '주연'... 공채 출신은 조연은커녕 '단역'

▲ 인터넷 댓글, <궁2> 캐스팅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2006 화면캡쳐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가수가 주연을 맡는 상황은 <궁2>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올해 초 방영됐던 <궁>의 경우에도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와 그룹 UN의 김정훈을 기용했다. 이외에도 가수 비는 첫 출연작인 <상두야 학교가자>에서 주연인 '상두'역을 맡았고, 그룹 신화의 멤버인 전진 역시 <구미호 외전>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와 관련 방송사 일부 공채 출신 탤런트들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이들이 특히 문제로 삼은 것은 세븐이나 강두의 경우 캐스팅 과정에서 연기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이들은 또 단지 이미지와 인기에 의해 가수들이 쉽게 드라마 주연을 맡는 것과 달리, 자신들은 실력을 인정받은 공채 출신임에도 조연에 그치고 있다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KBS공채 출신 A씨는 "비나 엄정화처럼 가수들이 연기를 잘하면 상관없다"며 "하지만 연기를 못하는 가수들을 보면 왜 드라마에 나올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로 뜨지 못해서 연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송사 공채 출신인 B씨는 "난 공채 합격 후 1년 동안 딱 한 작품에 출연했다"며 "주연이나 조연도 아닌 단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채 시절에 가수들이 단숨에 주연을 맡는 것을 보고 화도 나고 좌절도 많이 했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공채 출신인 C씨는 "정식 입사과정을 거치면서 일정부분 연기력을 인정받은 공채 출신 탤런트들의 캐스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가수의 연기 진출로 인해 비중 있는 배역을 맡기가 더욱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방송 3사 탤런트 공채 폐지... MBC, 외주제작이 67.4%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의 탤런트 공개채용은 폐지된 상태다. MBC의 경우 2004년 3월 채용된 31기를 마지막으로 뽑지 않고 있으며 SBS와 KBS의 경우 2003년 공채가 마지막이었다.

방송사 공채 출신인 B씨 역시 공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방송사는 공채 탤런트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연기자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배역을 갑작스럽게 맡을 사람이 없을 때 부르는 24시간 대기자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은 배역을 맡기려고 공채를 뽑아놓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채의 폐지 원인에 대해 정한헌 MBC 탤런트실장은 "MBC의 경우 이제 외주제작이 자체제작을 앞질렀다"며 "외주제작의 경우 자체적으로 배우들을 수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채를 뽑아봤자 이제 안정적으로 드라마에 캐스팅되지 못하기 때문에 공채제도를 폐지시킨 것 같다"고 답변했다.

MBC의 자체 집계(2006년)한 바에 따르면 드라마 외주 제작비율이 67.4%이고 자체 제작 비율이 32.6%이다. 이와 같은 외주제작의 증가로 인해 공채제도의 필요성이 감소하였고 이것이 폐지 원인 중 하나가 된 것.

"방송사가 긴 호흡을 가지고 프렌차이즈 스타 키워야"

외주제작은 시청률과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면서 제작되며 이러한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연기력보다는 인기있는 연예인 위주로 캐스팅하기를 원한다. 많은 팬들로 인해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가수들이 최근 드라마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도 이러한 외주제작의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해결을 위해 공채출신 C씨는 드라마 주연 역할의 공개오디션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외국의 경우 드라마 캐스팅을 위해 공개오디션을 한다"며 "니콜 키드먼과 같은 배우도 공개 오디션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공개 오디션이 없는 이유는 PD들이 캐스팅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감독들이 역할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한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며 "공개오디션 실시는 새로운 배우를 찾을 수 있는 동시에 가수들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요즘 드라마에서는 연기력보다 인기가 캐스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을 쓰지 않고 인기 있는 연예인에 의존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수들을 드라마에 출연시키기보다, 방송사가 긴 호흡을 가지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궁2>의 캐스팅 담당자인 고현렬 '그룹 에이트' 기획실 실장은 "드라마 상의 인물에 가장 적합한 콘셉트를 가진 사람을 찾았다"며 "가수로서의 모습이 아닌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스팅 과정에서 기존 배우들과 배우 지망생들이 1순위였지만 인물에 가장 적합한 배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 실장은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라는 지적에 대해 "<궁>의 주지훈과 윤은혜에 대해서도 그러한 논란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해냈다"며 "세븐과 강두 역시 주지훈이나 윤은혜처럼 자신들이 가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상욱·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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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2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지컬쪽도 가수출신들은 대번에 주연 내지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한다. 연기자들도 한번 주연을 맡았으면 그 다음엔 조연을 피하고 영화출연시 '특별출연'이란 이름으로 비겁하게 배역의 작음을 숨긴다. 연기자든 기획사든 제작팀이든 서로 욕심 안 부리고 정도를 갔으면 좋겠지만... 너무 속 좋은 소리겠지..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