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2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바보 1을 참 인상 깊게 읽었는데도 2권을 한참 지나서 읽게 되었다.  소박하고도 순박한 제목처럼, 이 작품은 '반전'이라던가 뭔가 거창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 그래서 결국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내는 강풀 작가지만, 이 이야기의 전개는 거의가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거나 혹은 감동의 크기를 꺾어내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역시 눈물이 흐르고, 역시 내 마음은 아프고, 또 따뜻해졌으니까.

아픈 결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해 보면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다 행복해졌다.  승룡이는 엄마의 유언대로 동생을 지켜냈고, 사랑하는 지호에게 용기를 주고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힘도 주었다.  지호는 다시금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고 승룡이를 아름답게 추억하고, 상수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켰고, 희영이도 새출발을 하였다.  이 정도면, 그의 바보 인생이란 얼마나 성공적인가.

사망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간 지인이는, 자신이 단 한번도 남들 앞에서 승룡이를 오빠라고, 자신을 그의 동생이라고 소개해본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그 사랑도 알고, 철없던 시절처럼 오빠 챙피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데도, 사랑한다고 말해줄 사람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소중한 것이 떠난 뒤에야 그 고마움과 존재의 깊이를 깨닫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마지막까지 부탁하고 갔던 그 마음을 이제라도 이해한 것, 그래서 홀로 청소를 하다가 마당에 떨어진 신발을 주워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는 모습에 독자는 한숨 대신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 것... 이번에도 역시 '희망'을 잊지 않게 해주는 강풀 작가의 엔딩에 박수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나는 참으로 감사하다.

영화 속에서 차태현은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얼마나 진지하게 이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을까.  그의 연기 변신을 위해서라도 좋은 기회이지 싶다.  어찌 보면 무겁고 심각한 이 이야기 속에서도 김사장 같은 캐릭터를 집어 넣어 코믹한 요소를 잊지 않는 강풀 작가의 '감각'이 절대로 녹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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