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다 나오니 보실 분은 읽지 마셔용^^;;;;

와호장룡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어서, 그 정도 스케일의 영화라면 대개 극장에서 보리라 결심했다.

물론, 실패작도 많다.

영웅은, 중화주의에 호곡!했고(내가 이연걸을 좋아하고, 영상이 액션이 끝내줬다고 하더라도 메시지가 꽝이지 않은가.)

연인은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재밌었고 장쯔이가 진짜 앞못보는 것처럼 연기를 잘했지만, 엔딩이 얼마나 황당했던가.  아무리 촬영 도중 계절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건 아니잖아.ㅡ.ㅡ;;;;

그래도 이번 "야연"을 보는 데에 주저함은 별로 없었다.  큰 기대는 없어도 보고는 싶었던 마음.

시작할 때 하얀 가면 쓴 사람들의 춤과 묘한 분위기의 음악이 참 좋았다.  일종의 '마취'효과를 주는 음악이었는데 그래서 어떤 부분에선 좀 무섭게도 들렸다.

시절은 당나라가 망하고 여기저기 군웅들이 난립하는 5대 10국 시절.  새 황제는 형님을 독살했다는 의혹을 받은 채 황제로 등극했고, 형수를 황후로 맞아들이려 한다.

원래 황후의 연인이었던 선황제의 아들 태자는 3년 동안 칩거하며 춤을 춘다.(처음에 나왔던 양반)

그런데 새 황제 입장에서 태자는 눈의 가시.  자객들을 보내어 태자를 제거하게 하는데, 여기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제거되는 하얀 옷의 춤추는 사내들, 그 중에 하나는 태자 행세를 하며 진짜 태자를 보호하는데, 그의 목이 단칼에 잘려져 물 속으로 풍덩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 전체 중에서 잔인함의 정도를 본다면 가장 '소프트'하다고 하겠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제일 짜증나는 것은 '쓸데 없이' 잔인한 장면을 과다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황제가 형수를 황후로 맞이하려는 것을 유수절도사가 반대한다.  그 자는 태형을 명 받는데, 그 태형 장면이 눈 튀어나오게 잔인하다.  미친 거 아냐? 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러니까 그 고문 장면을 온갖 와이어 액션을 동원해서 현란하게 보여주는데 왜 그래야만 하냐는 거지..ㅡ.ㅡ;;;

숨어 살 것 같은 태자가 무사히 황궁으로 도착한 장면도 어설프고, 그는 또 고뇌하지만 별 영양가는 없고...

장쯔이는 살아남기 위해 황태후가 아니라 황후로 살기로 결심한다.

목욕씬과 애무(?)씬 등등 나오는데, 겁나 이쁜 것은 사실이었다. 여자인 내가 봐도 혹 하겠더만..;;;

황제는 태자를 죽이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태자는 결국 요국에 볼모로 가게 되지만 가는 도중 제거하라는 명이 떨어진다.  하지만 원래 그를 사랑했던 장쯔이(황후)가 새로이 유주 절도사가 된 사람을 매수해서 목숨을 살려놓는다.   그리고 거래하기를, 황제를 자신이 독살할 테니 군사를 풀어 지지해 달라고 한다.

헌데, 역시 변수가 생긴다.  황제를 암살하기 위해 손톱 끝에 묻은 독을 술잔에 묻히는 것은 성공했는데, 황제가 술을 마시기 직전 태자를 사모했던 여인이 춤을 추겠다고 나선다.  황제는 그녀에게 친히!  술을 하사하고 그녀는 춤추다가 역시 몰래 숨어 있던 태자 품에 안겨 죽는다.  황후의 계략은 모두 드러난 것.

황제는 황후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것을 알아차린다.  내가 죽기를 바랬소? 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황제는 그 술잔을 비워낸다.  당신이 주는 잔을 어찌 거부하냐고.

그러니까 황제는 자신이 '진짜!' 황후를 사랑했다고 강변하는 것.

어이 상실이오..  물론 악역 중의 악역도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거지만, 그 동안 영화 내내 탐욕적으로 그려졌던 인물이 갑자기 사랑의 화신이 되어 목숨조차 던지며 사랑을 증명하다니 너무 자연스럽지 않았다.

선황을 죽일 때 귀에 독을 넣은 것.  복수하려던 태자가 독을 묻힌 검에 손이 닿아 죽게 되는 것.  그를 사랑한 여자가 죽는 것(오필리어의 자살처럼) 등등... 너무너무 햄릿과 설정이 비슷해서 이거 표절이야?  뭐 그러고 생각했는데, 원래 제작할 때부터 "햄릿"을 표방했단다.  (나중에 들었다.)

하여간 태자 죽고 장쯔이를 죽이려 했던 유주 절도사(태자를 사랑하다가 독주 마시고 죽은 여인의 오빠다)는 장쯔이가 휘두른 칼에 턱이 관통되어서 죽고(이런 장면도 왜 그렇게 잔인하게 묘사하던지...)

장쯔이는 여황제가 된다.  자신만은 살아남으리라 외치던 그녀는 어디선가 날아온 검에 관통되어 역시 죽는다.

영화 끝!

엄청 돈을 썼을 것 같고 세트며 장비며 다 대단하고, 액션도 멋지고, 연기도 훌륭했지만, 그 모든 볼거리가 이 영화를 수작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권력의 무상함과 욕심의 추함은 그렇게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얘기들이니까.

별 다섯 만점 중에 별 셋 정도의 영화였다.

덧) 여자들이 짧은 팔자 눈썹을 하고 나오는데, 수상하게(?) 그게 이쁘더라.

   우 루안 역을 맡은 다니엘 우라는 배우는 유덕화의 젊었을 적 모습이다.

   노래는 정말 좋더라.  옷들도 진짜 이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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