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일랜드 Vol.1 - MBC 미니 시리즈
김진만 감독, 이나영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워낙에 인정옥 작가를 좋아한다. "네 멋대로 해라"를 뒤늦게 보고 흠뻑 빠졌던 탓이다.
그때 인상 깊었던 이 나영을 다시 쓴다고 했을 때 나는 기뻤다.
양동근 같은 독특한 캐릭터의 배우는 없었지만, 현빈이라는 신예를 알게 해주었고,
김민준의 가능성을 보게 해 준 작품이 바로 이 "아일랜드"였다.
(그런데 "예의없는 것들"에서 확 실망함.ㅡ.ㅡ;;;)
인정옥 작가는 매 작품마다 시적이고도 철학적인 대사를 던져주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 바람에 작품이 난해해져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고, 대신 그녀의 작품은 매번 "매니아"를 양성하곤 했다.
심지어 "떨리는 가슴"이란 작품은 6명의 작가가 연작으로 묶었는데도 그녀의 작품 내용은 남달랐다.(이 작품에서 '중아'처럼 배종옥이 대사를 하더라^^;;;)
입양을 갔다가 아일랜드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중아는 의사였는데, 죽고 싶어했다.
헌데, 죽지 못했고 강국과 만나 결혼했다.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엄마 찾기에 열심인 강국과 달리, 중아는 '자기 자신'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로 보이는 이휘향은, 자신은 아이를 버린 게 아니라고 한다.
중아는, 자신은 버림받았는데, 당신은 버리지 않았다고 하니,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한다.
난 여기서도 굉장히 쓰라린 기분을 느꼈다. 얼마나 편한 자기 합리화인가. 얼마나 많은 경우,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살던가...
중아는 또 재복이를 만났고 사랑하게 된다. 친엄마일지 모를 이휘향의 아들이다. 두 사람은, 친자 확인 서류를 확인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선 그게 중요하지 않다. 왜 모두가 궁금해 할 그 사실을 작가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을까. 그건 작품을 보면 이해가 간다. 정말,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기에 또, 김민정에게 새로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준 캐릭터, 한시연이 있다.
어려선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 나가 우승도 했지만,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에로배우가 되었고, 배우 생명이 짧은 그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 애쓰는 중이었다.
처음엔 재복과 동거를 했고, 나중엔 강국을 만나고, 그리고 사랑하게 된다. 강국은 왜 그런 일을 하냐며 챙피하지도 않냐고 하지만 시연은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배우'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 독특한 울림들과 떨림을 영상과 대사 없이 내가 전달하기가 참 어렵다.
강국과 중아가 서로 미워하지 않고 이혼할 수 있었던, 오히려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던 마지막회의 장면과,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점쳐보며 나래이션으로 연결되던 엔딩씬들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고 작품이었다.
아일랜드 풍의 민요를 연상시키는 음악과,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멀리서 동시에 잡는 컷으로 끝나는 엔딩씬들도 모두 내 기억에 오래오래 맺혔다.
지금 찾아 보니, 예전에 저장해두었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아일랜드에서 참 인상적이었던 그 부분, 옮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