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녀석이 아침부터 어찌나 쨍알대던지, 다른 식구들 쉬라는 의미로 언니랑 함께 놀이터에 데리고 갔다.

언니는 둘째 조카 안고, 난 큰 조카 데리고.

놀이터에서 흙놀이도 하고 미끄럼틀도 타고, 한시간 넘게 잘 놀았는데, 녀석보다 큰 남자애가 등장했다.

둘이 은근히 기싸움을 하듯 약간의 눈치 작전이 보인다.

그래도 뭐 잘 노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새롭게 등장한 녀석의 누나가 또 불시에 등장!

다섯 살 조카보다 더 커보이는 것이 여섯살, 일곱 살 정도 되어보인다.

싸운 것은 아니었는데, 이 구원군으로 등장한 누나 눈에 울 조카가 '공공의 적'으로 보였나 보다.

확 밀치고 흙을 뿌리네.

그래서 내가 달려갔다.  그러는 것 아니라고, 사이좋게 놀라고 타이르는데,

갑자기 아이의  누나가 씩씩대면서 자기 동생한테 한마디 한다.

"우리가 이겼어!"

그리고는 장렬한 표정을 지으며 동생을 데리고 가버린다.

헐.... 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이 어린 아이들도 '우리'라는 말이 가진 배타성을, 그리고 '이겼다'라는 말이 가지는 자기 위안을 벌써 아는 것인가.

물론, 내가 오버하는 거겠지만, 난 좀 씁쓸했다.  체쳇..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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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2006-10-0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참 재미있게 표현하셨네요.

마노아 2006-10-0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네킹님^^최근 서재의 달인으로 등극하신 분이군요. 헤헷, 반갑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도, 언어습관도 어른들과 참 많이 닮아 있죠. 그렇게 어린데도 말예요. 그래서 쪼끔... 슬펐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