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잘 잤어요?”
“으응, 그래. 어이쿠~”
“왜요?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프죠? 뱃속이 막 뒤틀리면서 울컥하죠?”
“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도대체 당신, 금요일이면 좀 일찍 들어와서 주말에 가족들하고 뭘 할까 계획도 좀 세우고 그러면 좀 좋아요? 주말에 쉰다고 늦게까지 술 마시고 들어와선 몸 안 좋다고 주말 내내 침대에서 뒹구니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사회생활 하다보면 다 그런거지. 그것도 이해를 못하나 그래?”
“이해를 못한다고 누가 그래요? 한두 잔으로 친목도 다지고 스트레스도 풀고, 다 좋다구요. 하지만 그렇게 나중에 힘들 정도로 마시진 말란 말이죠.”
“나도 마시기 전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말이야. 마시다 보면 조절이 잘 안돼.”
“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내가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게 있어요!”
“날 위해 준비한 거?”
“잠시만 기다려요.”
[실험방법]
1.준비물 : 종이컵, 중간 부분에 주름이 있는 빨대 1개, 고무찰흙, 칼, 고무밴드
2. 빨대의 주름진 부분을 구부리고 컵 길이의 8/10정도로 긴 쪽 빨대를 자른다.
3. 컵의 바닥에 빨대가 들어갈 정도의 십자형 구멍을 칼로 만든다.
연필을 넣어 빨대가 쉽게 들어가도록 구멍을 조금 넓힌다.
4. 종이컵 안의 구멍에 빨대를 꽂는다.
빨대가 벌어지지 않게 살짝 고무줄로 감아준다.
5. 물이 새지 않도록 고무찰흙으로 컵 안쪽의 빨대 부분에 붙인다.
6. 물을 부어본다. “이게 뭐야?.”
“여기에 물을 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뭐 당연한 거 아냐? 빨대로 구멍을 통해서 물이 쏟아내리겠지.”
“자~ 그럼 부어볼까요?”
“어?? 빨대가 막힌 거 아냐? 어떻게 물이 쏟아지지 않고 그대로 있지?”
“그렇죠? 그럼 빨대 위까지 물이 차도록 한번 부어볼께요.”
“멀쩡하던 게 갑자기 물이 쏟아지네. 이게 도대체 뭐냐니까?”
“어디서 보니까 계영배(戒盈杯)라고 불리는 술잔이 있더군요. 이건 제가 그 원리대로 한번 만들어본 거예요. 어느 정도까지는 물을 담아도 전혀 쏟아지지 않지만 정해진 수준을 넘으면 담겼던 물이 다 쏟아져 나오는 거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건 압력을 이용한 거예요.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대기압과 이 컵 속에 있는 수압과의 관계죠.”
“아 참~ 머리 아프네. 좀 자세히 설명 좀 해봐!”
“알았어요. 그럼 이 그림을 좀 봐요. 그림(가)처럼 물이 조금 들어갔을 때는 빨대의 안쪽과 바깥쪽에 모두 공기의 압력이 작용해서 물이 흘러나오지 않아요. 그러나 물이 그림(나)와 같은 높이 이상으로 물이 차면 빨대 속에도 물이 차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그림 (다)를 보세요. A에는 공기의 압력만 작용하지만 같은 컵 안쪽 B에는 ‘공기의 압력 + 수압’이 작용하니까 물은 계속 흘러나오게 되죠.
“그런데 물이 완전히 다 빠지지는 않는 거 같은데?”
“물론 물이 많이 빠져나가면 수압이 점점 작아지니까 물줄기가 약해지겠죠. 언제까지 나올 것 같아요?”
“물이 컵 안쪽에 있는 빨대 끝 부분에 이를 때까지겠지.”
“맞아요.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쏟아지지 않죠.”
“그런데 이 컵이 왜 나를 위한 거야?”
“
계영배가 다른 말로 뭐라 부르는지 알아요? 과음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 부른데요.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과욕을 부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렸다고 해요. 당신도 술 마실 때마다 이 컵을 가지고 가요. ‘과불유급(過猶不及)’ 알죠?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거예요. 앞으로 적당히 기분 좋게만 마시기에요!”
“알았어, 알았다고!” (글 : 과학향기 편집부)
계영배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으로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린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녀 고대 중국에서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