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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산골 마을 어린이 시 ㅣ 보리 어린이 22
임길택 엮음, 정지윤 그림 / 보리 / 2006년 9월
평점 :
앞서 읽은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앞의 작품은 헤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은 깊은 절망이 아이들의 글 속에도 깊이 묻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에 비해선 보다 밝고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린 아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함께 걱정하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계절과 맞물려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를 그곳의 자연과, 그곳의 농사와 생활과 함께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소박하고 순수하지만 또 나이보다 성숙하고 철이 들어 있다. 아이들의 시 속에는 고단한 일상이 녹아 있고, 그럼에도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이 안락하게 기대어 있다.
그림도 앞의 작품에 비해서 훨씬 가볍고 정겹고 따스한 느낌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시적으로는' 이 작품이 더 시의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더 인상에 남는 것은 역시 앞서 읽은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라고 하겠다.
20년 전에 이 시를 썼던 아이들은 이미 다 자라서 어른이 되어 있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남아 농사를 지을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서울과 같은 도시로 가서 새로운 일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많이들 그리울 테지. 시골에서 살아본 적 없는 나같은 도시 촌뜨기도 이렇듯 아릿하게 자연과 벗삼아 살던 시간을 그리워하는데, 그들은 오죽할까. 특히나 이렇게 모든 곡식이 익어가는 추석을 앞둔 가을철에는 더 그럴 테지...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그 건강했던 기억들로 그들의 삶은 지금도 비어 있음이 아닌 채워있음으로 일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돕던 그 고사리 손을, 그 예쁘고 건강한 마음을, 지금도 지키며 살고 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