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볼 경우, 원작만큼의 감동이나 재미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지만.
두시간 여의 짧은 시간 안에 작품의 무거운 주제를 어찌 소화할 것인가, 또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얼마만큼 뒷받침 될 것인가 궁금했다. 결론은, '나름대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일단, 책의 재미나 슬픔을 다 좇아가진 못했다고 말하겠다. 그러나, 영화로 보여줄 수 있는 멋과 장점도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이나영은 이 작품에서도 전작의 느낌이 많이 났다. 글쎄... 배우의 한계라기보다, 일부러 그 배우에게 어울리는 대사들로 이미 가지치기를 해버렸으니 그녀 탓은 아니다. 또, 바꾼 분위기가 그녀에게는 잘 어울렸으니가.
강동원은, 초반 연기는 부족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엔딩에 가까이 갈수록 연기가 무르익는 느낌이었고 워낙에 인물이 받쳐주므로 다 용서함...;;;;;
내용을 약간씩 바꾸었는데 두 아이를 내치는 엄마의 대사 "나도 좀 살자!"
나 살자고 아이들을 죽게 하는 모질고 이기적인 엄마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줬지만 원작에서처럼 그녀의 후회와 번민은 나오지 않는 게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블루노트"의 존재 없이 시간 흐름으로 내용을 구성하니, 강동원의 추락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지 싶다. 적어도 그가 '사형'을 당할 이유로는 말이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유정이 먼저 자신을 꺼내놓고 윤수가 마음을 여는데, 이 작품에선 그 반대로 나온다. 그건 좀 아니다 싶었다.
원작은 두 사람의 관계를 굳이 '사랑'으로 얘기하지 않았는데, 영화는 '애써' 사랑으로 포장하였다. 그래서 그를 위해 사진을 찍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아주 이쁘게 감상적으로 담는다. 영화로서 택할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조금 아쉽긴 했다. 주인공들의 나이를 많이 낮추어 놓은 것도.
원작과 비교하면 함량이 조금 떨어졌지만, 아주 나쁘진 않은 영화 관람이었다. 마지막에 사진의 제목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고 써 있고, 그 장면을 클로즈업 하는 연출은 마음에 들었다.
별 넷 중에 별 셋 정도? 이젠 타짜를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