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설적인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인 "부자"는 책의 마지막 단편에 실렸다.  너무 가난한데, 아이의 이름은 '부자'고, 그래서 가난하여 선생님께도 차별받고 주인집 아이에게도 설움 당하는 아이는 '부자'라고 불린다.

그 역설적인 상처는 다른 작품에서도 내내 투영되고 있다.  현대사의 질곡을 피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솔직히 불편하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고, 미뤄두고 싶지만 또 미뤄둘 수 없이 여전히 '현재'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그것들이 아프고 서럽다.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보답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그런 것 같아서 사실적인 그림체와 함께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책의 표지는 노랑빛 주홍색으로 '희망'의 상징같은 밝은 분위기지만, 또 힘든 이야기의 마지막 편에서 희미한 '희망'을 보지만, 그 희망이라는 것은 부단한 인내를 요구하는 끝의 아주 짧은 기쁨이다.  인내 끝에 온다고 무조건 기대되어지지도 않는.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두번은 보고 싶지 않다.  한번은 배움을 목적으로, 인식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우리를,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책인데, 후유증이 크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하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 소소한 '희망'의 힘이 내게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현실적이 되었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마음이 가난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사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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