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더 많아
윤구병 글,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탉은 할머니를 깨웠어. 할머니 이름은 저녁놀. 할머니는 오늘도 불씨를 지키신다.

돼지는 엄마를 깨웠어. 엄마의 이름은 고운놀. 엄마는 오늘도 밭을 매실 거야.

송아지는 아빠를 깨웠지. 아빠 이름은 타는놀이야. 오늘도 아빠는 사냥을 하실 거야.

강아지가 깨운 내 이름은 아침놀! 우리는 노을 가족이야.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숲에 가아 하지만 짐승을 쫓아 다니는 게 싫다는 게 문제야. 창이나 활을 들고 짐승을 잡는 게 싫은 걸.

그보다는 다친 짐승이나 새들을 돌보는 게 훨씬 좋지만 그런 나를 아빠는 걱정하신다.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작은곰과도 씨름해서 이기는 나인 걸, 마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쌩쌩이와도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걸.



그렇지만 그 재주들을 짐승을 해치는 데 쓰고 싶진 않아. 

그런 내게 아빠는 실망하시고, 마을의 어른들은 혀를 차셨지.

친구들도 나와는 놀려고 하질 않아. 

할아버지 붉은 놀이 그리워진다. 숲에 사는 짐승들, 새들, 나무들, 풀들... 온갖 것들을 가르쳐 주시던 할아버지.

노루도 토끼도, 새끼 늑대도 모두 잡을 수가 없어. 

보름달은 밝게 떠올랐건만 집에 가서 혼날 생각에 발이 떨어지질 않아.



그러다가 발견한 동무 하나. 아마도 독초를 잘못 먹은 듯해.

다행히 해독초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 모두가 할아버지 붉은 놀이 가르쳐주셨던 것들. 

이제 동무들은 나를 놀리지 않아. 사냥을 하지 않는 나같은 아이도 사냥꾼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아버지도 인정해 주셨어.

다친 사람이 있으면 치료해 주는 사람도 필요한 법!



숲에서 사냥 하는 대신 나는 발자국을 살필 거야. 오소리 똥도 살피고 반달곰 똥도 살필 거야.

산새들 소리도 귀담아 듣고, 풀뿌리 맛도 보고, 나무 열매도 따 모을 거야.


숲은 나의 선생님,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아. 모르는 게 잔뜩이거든. 

그렇게 숲이라는 자연을 정복하는 게 아니라, 극복만 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면서 살아갈 거야.

나의 이웃들과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