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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와 카나리아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2
데이비드 스몰 그림, 제인 욜런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6월
평점 :
보스턴에서 살았을 때의 엘시는 생동감이 넘치는 아이였다. 도시에 가득했던 소리에 반응하던 밝은 아이였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많은 것들이 변하였다. 엘시가 여덟 살이 되자 아빠는 서부로 가자고 얘기했다. 정확히는 미국의 중북부에 해당하는 네브래스카. 아무튼 그곳은 사람도 많이 살지 않고 마을도 드문 곳이었다. 사랑하는 조부모님과 떨어지는 것이 슬펐지만 하나뿐인 아버지와도 헤어질 수는 없는 노릇.
네브래스카 초원 위에 오도카니 서 있는 집에서 엘시는 외로움에 흐느꼈다. 그럼에도 그 슬픔을 아빠 앞에서는 감추기에 바빴다. 보스턴에서는 살아있는 많은 소리에 감응했던 엘시가 이곳에서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웅크리고 지냈다. 그랬던 엘시를 밖으로 끌어낸 것은 카나리아였다. 실수로 새장 문이 열렸고 유일한 친구 카나리아 티미가 밖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티미를 놓칠새라 뛰쳐나온 것이 시작이었다. 빽빽한 풀숲을 지나 시냇가에 다다른 엘시는 그동안 거부해 왔던, 애써 바라보지 않고 듣지 않고 지내온 대자연의 맨 얼굴과 마주했다. 텅비었던 가슴에 꽉 채워져 오던 순간이었다.
이제 마음의 빗장을 연 엘시는 엄마가 생전에 누빈 별 무늬 조각 이불과 아빠가 바꿔온 개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보스턴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많은 소리들이, 많은 풍경들이 엘시에게로 와서 친구가 될 것이다. 엘시 역시 그들의 좋은 벗이 될 것이다.
상처 입었던 아이가 새 환경과 마주하면서 자신을 에워싼 방어막을 걷어내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잘 묘사했다. 제인 욜런은 바로 그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를 잘 하는 걸로 날 감동 먹이곤 했다. 그리고 그 따스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잘 표현해내는 데이비드 스몰도 함께 했다. 이 정도면 최상의 조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