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교육 열풍에 따라 영아(0∼3세)도 고액 과외를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는 걸음마를 갓 시작한 아이들에게 영어는 물론이고 체육,요가,심지어 철학까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받고 가르치는 학원들이 성업 중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서울 압구정동 A학원의 경우 18개월 영아부터 원생으로 모집한다. 이 학원은 한 달 수업료가 무려 155만원으로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180만원에 달하는데도 3세 이하 영아 10여명이 다니고 있다. 18개월∼3세 미만은 오전 9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3세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50분까지 ‘하버드대 학습법’이라는 영재 교육과 원어민 영어 수업,미술,음악,컴퓨터 등을 배운다. 학원장은 “P그룹 손자,전 국무총리 손녀 등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녀들이 다닌다”며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성북동 등지에서 많이 온다”고 자랑했다.
압구정동의 또다른 학원 역시 18∼36개월 영아들만 다니는 ‘토들러(Toddler·아장아장 걷는 아이)반’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 수강료는 84만원이고 원어민 영어,산수,음악,놀이수업 등 9과목으로 짜여 있다. 학원 관계자는 “토들러반에 4명이 있다”며 “학부모가 원하면 중국어 원어민 수업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아 스트레칭도 인기다. 청담동 도산사거리의 B학원은 20개월 영아부터 스트레칭,요가 등을 가르친다. 두 돌 전후 아이들이 1주일에 한 번 학원에서 한 시간 남짓 수업을 받는다. 수강료는 주 1회 11만5000원으로 웬만한 성인 요가학원보다 비싸다.
걷기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 700여평 규모에 축구실 농구실 스트레칭실 등을 갖춘 압구정동 I학원은 영아들에게 주 1회 45분간 걷기,뛰기 등을 가르친다. 9∼18개월,14∼28개월,24∼36개월 등 개월수별로 영아반이 나뉘어 있다. 프로그램명이 ‘살금살금’ ‘부스럭 부스럭’ ‘아장아장’ ‘폴짝폴짝’ 등으로 이름만 봐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반에 4∼5명씩 20여명이 등록해 있다고 학원 관계자는 말했다. 가입비 5만원에 주 1회 수업을 하면서 3개월 단위로 24만원을 받고 있다.
영재교육을 한다는 학원들은 철학 수업까지 개설해 놓고 있다. L영재스쿨 관계자는 “주 1회 30만원을 내면 사회학,철학을 전공한 선생님들이 철학을 가르쳐 준다”며 “대입에서 논술 비중이 커지면서 일찌감치 사고력을 키우려는 학부모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지나친 학습에 따른 중압감을 못이겨 자폐 등 정신 장애를 겪는 영아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감성인지연구소 손성은 정신과 전문의는 “영유아가 전체 환자의 30∼40%를 차지하고,조기 교육 등 강압적 학습에 의한 폐해가 상당수”라면서 “정서 불안,주의력 장애부터 자폐까지 증세가 다양하며 정서와 인지 발달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도 “최근 만 3세 이하 영아들이 부쩍 늘었다”며 “과도한 조기 교육과 맞벌이 부부 증가 등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