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뜻 보아서는 이 책이 출간된 지 15년이 넘은 작품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확실히 책을 읽어보니 유려한 문체가 로마인 이야기와는 조금 구별되는 것이 오래된 느낌이 나긴 한다.  그렇지만 세련미가 부족하다는 것이지 작품의 맛깔스런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작가는 로마, 이탈리아 쪽 문명에 대해서 지극한 애정을 품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녀의 애정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비잔틴 제국의 멸망은 고대 로마라는 모태에서 잘려난 고통을 서유럽인에게 주었다"라고 적었지만, 내 보기엔 서유럽인들보다 그녀의 아픔으로 보였다. ^^

어느 시대건 아프지 않은 역사가 없고, 인류가 살아온 자취가 피의 역사인 것을 모르지 않는데도, 유독 문명이 충돌한 전쟁의 흔적 뒤의 상흔에 눈길이 간다.  중세와 근세를 구분짓는 이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피흘린 동포를 뒤로 한 채 원수와 다시 통상수교를 맺는 베네치아 상인들과 그들의 정부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인간적으로 보였다.  그 쓰라림마저도 사람 사는 모습으로, 우리의 모습으로 보이니 말이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장기는 제대로 발휘되었으니, 역사적 진술도 소설처럼, 영상처럼 눈앞에 사르륵 지나가는 힘 말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 그 역사의 현장에 내가 있는 것 같은 놀랍고 황홀한 착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때로 상상력의 과포장으로 미화된다 여겨지는 부분들이 있지만, 역사적 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애교라고 나는 믿을란다.(사실 확인할 길도 없다...;;;)

작품의 말미 에필로그에 이 책을 쓰는데 동원한 문헌을 쭈욱 나열하는데, 마치 이렇게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픽션같지?  그럴싸 하지?  하지만 진짜야.  이것 좀 보라구~ 하는 느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