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머리칼의 파마 체험기 [제 492 호/2006-09-01]
세상에 나온 지 한달밖에 안 된 어린 머리칼은 모든 것이 궁금하다. 다행히 바로 옆에 2년 된 아줌마 머리칼과 5년이나 된 할아버지 머리칼이 있어 어린 머리칼의 쉴 새 없는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오늘은 어린 머리칼이 처음으로 미장원이란 곳에 온 날이다. (머리칼의 수명은 남자가 4-5년, 여자가 5-6년 정도이다.)

날카로운 가위가 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지나간다. 어린 머리칼은 아직 키가 작아 무사했지만, 가장 긴 할아버지 머리칼이 썽둥 잘려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가위 소리가 나더니 머리칼들 위로 물이 부어진다.
“아이, 시원해~ 이거 우리가 아침마다 하는 거네요.”
“호호, 오늘은 이걸로 끝나지 않아. 우리 주인이 ‘파마’라고 부르는 것을 하게 될걸.”
아줌마 머리칼이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이야기한다. 키가 확 줄어들은 할아버지 머리칼도 멋쩍게 거든다.
“흠, 넌 처음이겠지만 난 벌써 스무 번도 더 경험했지. 곧 놀랄만한 일이 일어날 거다.”

잠시 후 끈적이는 느낌의 액체가 어린 머리칼에게 부어졌다. 고약한 냄새와 끈적이는 느낌이 싫어서 뒤척이는 동안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어, 아줌마! 몸이 이상해요. 꼿꼿하게 설 수가 없는 걸요!”
어린 머리칼의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 뼈가 없는 것처럼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다. 내부를 지탱하던 무엇인가가 끊어진 것이다. (머리칼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황결합이라 불리는 분자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파마약은 황(S)과 황 사이에 수소(H)를 넣어 둘의 결합을 끊는 환원제의 역할을 한다.)


“너는 이제야 부드러워졌구나.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연결이 끊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우린 너보다 더 빨리 부드럽게 되었지. 무서워 말고 좀 기다려봐. 훨씬 멋지게 변신하게 될 테니.” 아줌마 머리칼이 타이르듯이 말했다. (머리칼의 손상이 적을수록 파마약이 침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파마나 염색을 자주하면 머리칼이 손상된다.)

둥그런 기둥이 다가오더니 어린 머리칼은 아줌마, 할아버지와 함께 둘둘 말려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머리칼들도 마찬가지로 둥그런 기둥에 차례차례 말려진다. 갑자기 머리 위로 뜨거운 붉은 빛이 비춰진다.
“아이 뜨거워. 몸이 뒤틀려서 불편한데 덥기까지 하니 짜증나요.”
“허허 네가 아직 어려서 이 맛을 모르는구먼. 뜨뜻- 하니 몸이 그냥 녹는구나. 녹아! 어이구 좋다.”
할아버지 머리칼은 몸 안에 지탱하던 것이 점점 더 많이 끊어져 풀어지는 기분이 좋은가보다. 하지만 어린 머리칼은 아직 불편하기만 하다. (황결합을 끊는 화학 반응은 온도가 높을수록 잘 일어난다. 하지만 단백질인 머리카락은 너무 높은 온도에 타버리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로 가열해야 한다.)

한참을 지나서야 뜨겁게 비취던 붉은 빛이 꺼졌다. 이내 하얀 거품이 부어진다.
“켁켁! 이게 뭐에요. 차가운 건 좋은데 냄새는 별로 안 좋아요.”
“오호호호~ 없어졌던 뼈가 돌아오는 이 기분. 난 이때가 젤 좋더라. 넌 안 느껴지니?”
“어 진짜로 그러네. 몸이 다시 단단해져요.”
(과산화수소 등의 산화제는 끊어진 황결합을 다시 잇는 역할을 한다. 제일 처음 결합이 아닌 둥글게 말린 상태로 다른 분자와 황결합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둥글게 말린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둥그런 기둥을 치웠는데도 어린 머리칼의 모양은 둥글게 말린 그대로다. 몸 안을 지탱하던 것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둥글하게 변신한 자신의 모습이 꽤 멋져 보인다.
“아줌마, 둥글하게 말리는 이게 파마라는 거에요?”
“그래, 이게 파마야. 하지만 몇 달만 있어봐라. 우리 주인은 또 판판하게 편다고 똑같은 짓을 할 걸. 근데 펴는 것도 파마라고 하던데.”
“네? 펴는 것도 파마라고요? 그것 참 되게 헛갈리네요~”
(환원제를 사용해서 황결합을 끊은 후 산화제로 다시 고정시키는 방식을 쓰면 모두 파마이다. 머리를 펼 때는 봉 대신 판을 사용한다.)

파마의 원리는 약 100년 전 처음 개발되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개발한 ‘나노파마약’도 속도가 빨라지고 편리해지기는 했으나 기본 원리는 똑같다. 너무 잦은 파마는 머리카락을 손상할 수 있으니 손상이 없는 신개념의 파마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혜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 파마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Q. 비 오는 날에 파마하면 쉽게 풀린다?
- 거짓. 파마약은 화학반응이기 때문에 습도와는 상관없다. 단, 미용실 안의 온도에는 영향을 받는다.
Q. 생리기간엔 파마가 잘 안된다?
- 진실. 생리기간이 되면 여성의 두피가 지성으로 변해서 파마약이 잘 듣지 않을 수 있다.
Q. 냄새가 심하면 싼 파마약이다?
- 진실. 환원제로 쓰이는 약품에 염기가 들어가는데 값싼 파마약에는 냄새가 심한 암모니아가 들어간다.
Q. 임신 기간 파마는 절대금물이다?
- 거짓. 파마약이 태아까지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 임신초기에는 금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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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0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식도 재밌었지만, 마지막 팁이 액기스네요. 파마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마노아 2006-09-0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속삭이신 님~ 그러게요. 안 그래도 지금 댓글 보려고 님 서재 들어가려던 찰나였는데^^;;; 내일은 쉬는 날인가봐요~ ^^

마노아 2006-09-0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낫, 얼굴 부으면 어케 해요. 그래도 배고픈 것보다는 나아요^^;;; 너무 짜지 않게 드세요~

마노아 2006-09-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 제가 추천받는 게 더 마땅할 것 같아요. 못 가본 데가 많은 걸요^^;;;
http://www.aladdin.co.kr/blog/mylibrary/wmyroom.aspx?CNO=712410123
뷰티풀말미잘님 서재인데, 몇몇 글에서 엄청 웃었더랬어요. 혹시 아직 가보시지 않은 곳이라면 추천이요~ ^^

마노아 2006-09-0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쩌다가요(>_<) 제가 뭔가 재롱이라도...;;;;;

마노아 2006-09-0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재밌었나요? 기분 좋아졌다니 저도 기뻐요^^ 음악은.. 무언의 소리로 즐기셨군요. 하핫^^;;;

내이름은김삼순 2006-09-0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마노아님, 저 살짝 당황했어요, 댓글보니 어떤 속삭인님 한분과 숨은 대화가 오고 갔군요~^^ 제가 그 분위기를 조금 깨서 댓글 달아요^^;;
전 파마만 지금 2년째 하고 있어요,,머리손상이 장난 아니랍니다,,ㅠ 원래 안좋긴 했지만;;;켁;;
암튼 즐거운 주말 되세요^0^

마노아 2006-09-0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파마로 머리카락 손상되었는데, 그냥 버티고 살아요^^;;; 미용실에서도 별 말 없더라구요. 예전엔 영양하라고 많이 꼬드겼는데^^;;; 삼순님도 주말 즐거이 보내세요~ 영양가 있는 것 많이 먹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