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나네 집에 100만명이 다녀간 까닭은?
김혜나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나는 인테리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다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언니가 있을 뿐^^

언니가 책을 구입했는데, 나도 몇장 들춰보니 너무 이쁜 것이다.  그래서 나도 보여달라고 했다.  제목은 지극히 광고스타일로 멋이 없지만,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알차고 예쁘다.

일단 저자인 김혜나씨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집을 리폼하는 것은 다른 비전공자들이 도전하는 것보다는 좀 더 수월할 수 있겠으나, 책 내용을 살펴보면 그녀라고 쉽게 무언가를 거저 얻은 것은 없다.  다만 디자인과 색감이 좋을 수는 있지만 그밖의 것은 '도전'이고 그 다음엔 '실행'이다.

책의 첫부분에는 그들 부부의 첫 실패들이 나열되어 있다.  커튼을 잘못 고른 것.  장을 짰는데 TV무게를 버티지 못해서 나무가 휘었던 것 등등.  그러나 부부는 점차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가속도를 붙여서.

그들 부부는 결혼 후 휴가조차도 거의 집에서 보냈다고 한다.  집단장이 곧 휴가였던 셈.  서로 취미가 맞고 목표가 같은 사람이 작업을 하니 일의 능률도 올랐을 것이다.  남편이나 부인 둘 중의 한 사람만 집을 꾸밀 마음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귀찮아 한다면 절대로 이런 집이 탄생하지도, 이런 책이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집 꾸미기에 있어 천생연분이다. ^^

이어서 DIY의 도구로 쓰이는 혜나네 집 공구들을 양쪽 페이지에 걸쳐 사진을 찍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단지 공구들을 사진으로 찍었을 뿐인데도 내공 탓인가 사진이 아주 이뻤다. ^^

제일 먼저 거실부터 소개했다. 전원의 운치가 느껴지는 패널벽은 패널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여 개성 만점에 시각적 미를 충분히 살렸고, 재활용시킨 액자들도 그 벽에 잘 어울렸다.  그리고 책상이 주인공이 되는 거실이라는 타이틀도 참 근사했다.  근래에는 TV를 없애는 집이 많이 늘고 있다던데, 이렇게 책상이 주인공이 되는 거실을 보니 책 좋아하는 알라디너들에게는 딱 좋은 거실일 것으로 보인다.  거실 벽면에 두 부부의 이니셜을 양각화해서 붙여놓고, 그림자 효과를 준 것도 그림처럼 이뻤다.  마치 전시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인터폰을 가린 액자도 어찌나 정성들여 만들어 놓았던지, 이 정도 되면 특허 상품으로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 부부는 아이디어 공장이다. ^^

다양한 종류의 혜나네 집 액자들도 양쪽 화면에 모았는데, 그 중에서 조개껍질을 붙여 만든 액자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의 체험 학습에 참 좋을 듯 ^^

신혼 초 사용하던 2인용 책상을 절반으로 잘라내어서 컴퓨터용 책상으로 쓴 것도 굿 아이디어였다.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편리함도 배가시킨 것.  의자의 엉덩이 부분은 안 입는 청바지를 재활용했는데, 이 또한 아주 감각적이었다.

주방은 큰 장을 다 떼어내서 채광을 높였고, 식탁은 아일랜드 식탁으로 만들고 그 가운데에는 김치냉장고가 위치한다.  위로 식탁 받침대를 올리면 김치 냉장고를 쓸 수 있게 공간을 이중 삼중으로 재활용하였다.  그리고 주방 한쪼 벽면에 흑판을 설치해서 메모장으로 사용하는데, 분필가루만 안 날린다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주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파스텔톤의 꽃무늬 벽지도 너무 예뻤다.(내가 꽃무늬를 많이 좋아한다. ^^;;)

화장실도 대대적인 변신을 가했는데, 생뚱맞은 욕조는 떼어내고(부숴버리고...;;;) 바닥 공사도 다시 했다.  작업이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완성시켜 놓은 모습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어 보였다.  하다 못해 세면대 옆의 비누통도 긴 도자기 그릇을 사용한 것도 혜나님의 '센스'가 엿보였다.

아이방은 리폼도 리폼이지만 '색깔'의 승부였다.  밝은 노랑톤과 직접 그려준 그림들이 잘 어우러져 그 안에 있으면 내 꿈도 쑥쑥 자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랍통을 개조해서 선반으로 만든 감각도 탁월했고, 아파트 입구에 다른 집에서 내다 버린 책장을 페인트 칠을 다시 해서 리폼해 놓으니 정말 새것 같아서 신기할 정도였다.

작은 아이의 아기 침대는 분해해서 어린이 침대로 개조했는데, 울 조카의 침대도 몇 년 후에는 이렇게 변신하지 않을까 싶다. ^^

베란다도 피해갈 수 없는데,난간의 차갑고 삭막한 느낌을 가리기 위해서 나무 울타리를 설치했다.  간격이 촘촘해져서 더 안전해 보이고, 그 시각적 효과가 얼마나 좋아졌을 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베란다에도 혼수로 구입했던 장롱을 리폼해서 썼는데, 여기서 이들 부부 머리를 참 잘 썼다.  장롱이 깊어서 수납시 불편할 것을 고려, 공간을 둘로 나눈다 치고, 뒷쪽과 앞쪽의 선반 높이를 층을 두어서 꺼내기도 쉽게, 눈에 띄기도 쉽게 만들었다.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책을 보면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현관인데, 현관의 그 철문을 원목 느낌 나무문으로 개조했다.  (합판을 붙인 것)  그 현관에 원형 화관을 걸어놓으니 집 자체가 요정의 공간으로 변신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신발 내려놓는 바닥도 나무를 잘 활용해서 자연의 느낌을 살렸는데, 이 또한 재활용을 잘 한 것. 

책 중간중간에는 홈페이지에서 질문을 받고 또 대답해 주었던 내용들을 발췌해서 싣고 있고, 맨 뒤에는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도 남겼다.

대체로 보고 나면 참 만족스럽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이 독서용이 아니라 실용서적이라는 것이다.

난 내가 본 것 중에서 몇몇은 참고할 만하지만, 대개의 것은 내 능력 밖으로 보여 그저 예쁜 독서하고 예쁜 집 구경한 것으로도 만족한다.  허나, 집을 정말 대대적으로 뜯어고칠 생각이라면 이 책만 믿을 게 아니라 '영감'과 '자극'용으로 써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목에서 말했듯이 시작이 반이다.  저자도 해나가면서 배워나갔고, 그 노하우가 생겨서 리폼의 달인이 된 것이다.  책은 참고로만 하되,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며 실행이다.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들의 공간이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해 보였다.  그렇게 쌓여간 시간이 만들어주는 예쁜 추억의 크기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와 같이 내 집 예쁘게 잘 꾸미기 시간을 가지며 가족이 따스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 가족의 웃음이 더 맑아지고 가벼워질 것 같다.  혜나네 집처럼 100만 명이 다녀가진 못하더라도, 내 가족이 아름답게, 편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 수 있다면, 시도해볼 만한 아름다운 도전이 아닌가.  (거듭 강조하지만 결심이 반이다!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마무리 짓게 된다. ^^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9-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이 반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 경우는 일단 시작하면 80프로?
시작을 여간해서 잘 안해서 탈이지만.
이 책 얼마나 알뜰하게 소개를 하셨는지 읽어보고 싶네요.
일단 보관함에.^^

마노아 2006-09-0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80프로 정도라면 완성도 꽤 높은 거잖아요. 좀처럼 시작하기 어려워도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시는 편인가요^^;;; 제가 카메라가 있었으면 액자 같은 것은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주고 싶었어요. 주말에 언니가 디카 들고 오면 사진도 올려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