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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ㅣ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평점 :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에선 흙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선생님의 매니아 독자도 아니면서, 유독 그 이름에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일종의 존경의 의미?
순박한 제목에서부터 이미 느껴지지만, 선생님의 작품에선 자연의 미가 유독 도드라진다. 볼품없고 쓸모 없다고 여겨진 강아지똥으로부터 하나의 이야기, 사랑스런 이야기를 끌어내는 그 힘은, 단지 '창작'력만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볼 줄 아는 눈과,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또 그 영혼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민들레꽃, 홀씨.. 그런 것 하나도 보지 못한 서울 촌뜨기지만, 이렇게 간접 체험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런 면에서 동화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
'작품'이라는 말이 꼭 거창할 때에만 쓰일 필요는 없다. 소박한 것은 소박한 대로, 작은 것은 또 작은 모습 그대로 그 대견함과 대단함을 품고 태어나는 것이니... 그것을 알아볼 줄 아는 작가의 손에서 말이다.
공주나 왕자, 화려한 왕국... 내 어릴 때 읽던 동화책의 그런 겉치장 요란한 모습보다, 이리 일상 생활 속 자연의 모습을 옮겨놓은 따사로운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요즈음의 창작동화는 워낙 다양해서 작품을 '고르는' 눈도 작품만큼 중요해진 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