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앉아 있으면 가장 힘이 드는 게 결국 사람 상대하는 일인데, 내가 즐길 수 있으면 즐겁게 넘어가기도 하겠지만 아닐 때가 참 많다.

오늘처럼 더운 날, 오늘처럼 장사도 안 되는 날, 별로 잘 알지도 못하는 아주머니 한 분께서 수다의 포문을 여셨다.

그러데 듣고 보면 내가 왜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내용들 뿐이다.

오늘로서 두번째 보는 손님인데(지난 번에도 엄청난 수다를 떨고 간 기억에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친정 어무이 이야기와 당신의 철없는 딸 이야기와, 당신의 집 근처에서 마주친 어느 전경 이야기와, 지하철에서 마주친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대체 왜!  내게 하느냔 말이다.  그것도 무려 20분 이상을.

적당히 대꾸해줄 말이라도 있음 괜찮은데, 그 손님과 나와의 접점이란 게 없다.  그저 내가 맞장구 쳐주는 것으로 어렵게 대화는 이어지지만, 난 내가 왜 맞장구를 쳐주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에어콘을 꺼버린 것.  작은 매장의 그보다 더 작은 에어콘은 사실 카운터 자리만 시원하고 다른 데는 그냥 더운 기운만 조금 가시게 할 뿐이며, 끄는 순간 급속도로 실내 온도를 올려준다.

덥고 답답하면 가겠지.. 싶었는데, 밖의 더운 데와 비교하면 여긴 천국이라고 한다.  아뿔싸... 밖은 지금 이글이글 아스팔트가 끓고 있었지..(ㅡㅡ;;;)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시쿤둥하게 대답을 해준다.  그럼 눈치를 채고 나갈 텐데, 이 아주머니는 끄떡도 없다. 

결국, 자기 할 말 다 하고는 나갈 채비를 한다.

"내가 시간 뺏은 것 아니죠?  심심할까 봐 그랬어요. 또 올게요~"

헉.. 시간 뺏은 것 맞구요. 심심하지 않았어요. 다음번엔 수다는 사양할게요~가의 나의 마음이지만,

어디 손님 상대하면서 그리 말할 수 있는가?

"아니에요~  덕분에 즐거웠어요. 또 오세요~"

아... 비굴한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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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8-1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일을 하시다보면 별의별 손님들을 다 만나시게 될 것 같네여.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세여. 아마 매장 등에 와서 수다 떠시는 분들은 친구분들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분 매상 좀 팍팍 올려주시긴 했나 몰라? ㅋㅋㅋ 정말 덥습니다. 산속인 데도 이렇게 더운 데 시내야 말해 무었할 까?

마노아 2006-08-1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외로운 게 문제일까 싶어요. 오죽하면 생판 남인 나한테 이렇게 수다를 떨까요. 안스럽긴 한데, 솔직히 귀찮아요^^;;; 나쁘죠. 서비스정신이 없다니까요..;;;; 매상은, 5.000원이에요. 오늘은 교통비에 식비에 전기세도 안 나오고 있어요. 털푸덕..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