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앉아 있으면 가장 힘이 드는 게 결국 사람 상대하는 일인데, 내가 즐길 수 있으면 즐겁게 넘어가기도 하겠지만 아닐 때가 참 많다.
오늘처럼 더운 날, 오늘처럼 장사도 안 되는 날, 별로 잘 알지도 못하는 아주머니 한 분께서 수다의 포문을 여셨다.
그러데 듣고 보면 내가 왜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내용들 뿐이다.
오늘로서 두번째 보는 손님인데(지난 번에도 엄청난 수다를 떨고 간 기억에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친정 어무이 이야기와 당신의 철없는 딸 이야기와, 당신의 집 근처에서 마주친 어느 전경 이야기와, 지하철에서 마주친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대체 왜! 내게 하느냔 말이다. 그것도 무려 20분 이상을.
적당히 대꾸해줄 말이라도 있음 괜찮은데, 그 손님과 나와의 접점이란 게 없다. 그저 내가 맞장구 쳐주는 것으로 어렵게 대화는 이어지지만, 난 내가 왜 맞장구를 쳐주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에어콘을 꺼버린 것. 작은 매장의 그보다 더 작은 에어콘은 사실 카운터 자리만 시원하고 다른 데는 그냥 더운 기운만 조금 가시게 할 뿐이며, 끄는 순간 급속도로 실내 온도를 올려준다.
덥고 답답하면 가겠지.. 싶었는데, 밖의 더운 데와 비교하면 여긴 천국이라고 한다. 아뿔싸... 밖은 지금 이글이글 아스팔트가 끓고 있었지..(ㅡㅡ;;;)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시쿤둥하게 대답을 해준다. 그럼 눈치를 채고 나갈 텐데, 이 아주머니는 끄떡도 없다.
결국, 자기 할 말 다 하고는 나갈 채비를 한다.
"내가 시간 뺏은 것 아니죠? 심심할까 봐 그랬어요. 또 올게요~"
헉.. 시간 뺏은 것 맞구요. 심심하지 않았어요. 다음번엔 수다는 사양할게요~가의 나의 마음이지만,
어디 손님 상대하면서 그리 말할 수 있는가?
"아니에요~ 덕분에 즐거웠어요. 또 오세요~"
아... 비굴한 인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