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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의 천재들
김병기.신정일.이덕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별 셋과 넷 사이에서 잠시 방황하다가, 별 넷쪽으로 손을 들어주었다. 단점이 보이긴 해도, 그래도 읽을 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하니까.
한국사의 천재들이란 제목으로 열 세명의 인물을 골라냈다.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몇 천 년에 해당하는 역사인데, 단지 열 셋 외에 인물이 없겠는가. 저자들은 4가지의 주제로 이들을 묶었다.
1부는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 2부는 하늘이 내려준 천재, 3부는 시대와의 불화, 4부는 신기의 문장, 글로써 세상을 아우르다... 라는 제목이다.
몇몇 인물들은 저자들의 다른 책에서 보기도 한 인물이지만 겹쳐 보아도 즐거운 읽기였다.
어려을 때 엄마가 사준 전집 중에 100권 책 시리즈가 있었다. 3층 책장에 꽂혀 있었는데, 1층엔 신화와 동화책, 2층은 소설, 3층은 위인전이었다. 1층과 2층은 반복 읽기로 즐겼지만, 3층은 몇 권 외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다. 그때도 안 좋아했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지금이라고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이 책의 천재들은 좀 분위기가 다르다. 천재였던 것은 맞지만 꼭 위인이라고 칭하기는 어려운 사람들도 섞여 있다. 뭐, 장영실이나 율곡 이이, 서희 등은 언뜻 위인으로도 느껴지지만^^
저자들은 대상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삶을 보여주는데, 그 중에는 우리의 상상과 달리 눈살 찌푸려지는 일도 있고, 에 그랬단 말야? 라는 반응이 나올 법한 이야기도 있다.
이를테면 장영실이 말년엔 자기계발에 좀 게을러진 것 같다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 그랬고, 김시습이 세조에게 별로 불만 없이 잘 지냈다...;;;;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이규보도 실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과거에 몇 차례 떨어진 얘기가 나오고, 또 최씨 정권에 아부하여 관직을 얻으려 했던 일들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정철이 정여립 모반 사건의 위관으로서 얼마나 사감 어린 처형을 끌어냈는 지도 말이다.
최치원이 쓴 글 중에 고구려와 백제의 강역이 중국 땅에 걸쳐 넓게 이르렀다라는 표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껏 이덕일 씨 글을 많이 읽긴 했는데, 고구려 강역이 북경에 이르렀을 지도 모른다는 표현은 있었지만, 이번 명제는 눈 둥그래지는 내용이었다. 한국사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이 왜곡되어졌고, 지금도 식민사학에 물들어진 구습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한 까닭에 혼란이 밀려올 때가 많은데, 이 부분은 정말 조심스럽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로 현실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알아왔던 줄기들의 뿌리가 모두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또 혼란스럽고 하여간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 부분은 개인적을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분 모두 글을 맛깔스럽게 쓰시는 분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무리 없이 잘 익힌다. (솔직히 신정일씨 스타일이 이덕일씨랑 많이 비슷해서 꽤 놀랬다.)
문제는, 오타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도도 틀리게 적어놔서, 난 매천이 스물 다섯에 자결했단 말야? 라고 경악할 뻔 했다...;;;;
편집은 성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질 좋은 컨텐츠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포장해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근래에 보는 책들에서 오타 없이 넘어가는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들 왜 오타 문제에는 프로의식을 발휘하지 않을까? 정말 수상하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