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왼쪽 길로 4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7월
품절


내가 열댓 살 되던 때지...
동네 스무 살 된 형님들이 공장에 취직해서 돈도 벌고
술, 담배하는 것이
어른같이 그럴 듯해 보이는 거야.

나, 스무 살 되던 해, 집 뛰쳐나와 공장에 들어갔어.
이런, 어른은 무슨... 돈 벌고 술, 담배만 하는,
껍데기만 어른 흉내를 낸 거였어.

그런데 서른 살 된 선배, 형님들이 장가가고 애도 낳고... 그러는 거야.
그 모습이 진자 어른 같더라구.
그래서 나도 장가갔어.
그런데 겉만 어른이고 속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야.

마흔이 되면 뭐 좀 알겠거니 했는데...
서른 살 때 아무 것도 몰랐던 그대로 마흔이 되더라구.

이제 내 나이 오십이 됐거든...
이제, 뭐 좀 알겠더라구.

아무 것도 몰랐던 서른 살의 그때 그 모 습으로
육십, 칠십, 마침내 죽음까지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말야...

투둥 투두둥, 오토바이 타고 세상을 한바퀴 휘돌아 다시 집에 왔지만
집 떠날 때 그대로 여전히 답답한 거야.
누가 인생과 여행은 닮았다고 했나...
그 말이 뼈에 사무치더라니까...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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