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레인보우 2
송채성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송채성, 안타까운 이름이다.

그 옛날 윙크에서 풋풋한 신인으로 만났는데,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이름.

작년이었던가. 우연히 검색하다가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도 큰 충격.  당시 그의 나이가 서른 하나 정도 되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병을 얻었고, 보름만인가 사망했다.

연재하던 작품은 당연히 중단되었고, 팬들과 가족은 그렇게 허망하게 그를 보내야 했다.

그 사실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린 나는, 슬퍼하는 것도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품절된 책을 수소문 해서 겨우 갖췄는데, 더 미안하게도 이제사 읽었다.ㅡ.ㅡ;;;;;

사회의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그는, 이번엔 한 발자국 더 대범하게 나갔다.

남남상열지사... 낮에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게이바에서 쇼걸로 일하는 주인공을 내세운 것.

보통 일반인에 대비하여 '이반'이라고 불리는 그들.

소재가 이렇다 보니, 한없이 심각해질 것 같은데, 웬걸... 엄청 웃기다.

진지한 얘기가 없는 게 아닌데, 이렇게 웃겨도 되는가 싶을 만큼.

할렐루야를 외치는 학부형 할머니가 등장하는 것처럼 과장된 해학도 있지만, 그것이 송채성 식으로 포장되어 나오면 하나도 밉지가 않다.  오히려 욕쟁이 할머니가 인기 있는 것처럼 정감어린 캐릭터로 돌변한다.

에피소드들이 연결은 매끄럽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오해의 정점에서, 가장 비극적으로 슬픈 시점에서 작품은 끝이 난다.  결국, 그의 유작이라는 것.

뒤에는 단편이 두 개 실렸다.  게 중 하나는 내가 윙크 연재로 이미 읽은 내용이었다.

둘 모두에도 '이반'이 등장하는데, 미스터 레인보우와는 무게 중심이 많이 다르다.

인권단체에서도 일해 보았다는 그는, 좀 더 진솔하게, 적극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했다.  어쩌면 우리 나라에선 극히 드물 이야기를, 정말 제대로 파고들 수 있는 작가를 우린 잃어버린 셈이다.

근간에 동성애 코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공중파 방송인 '주몽'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화악 풍기고 있으니까.

영화와 달리, 텔레비전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여주기엔 우리 사회가 많이 경직되어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일 거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시치미 떼고 있다고 있는 사실이 없는 사실이 되는가?

퍼센티지로 적다곤 해도, 분명 한국 내에도 '이반'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쉬쉬하거나 혹은 변태 취급하며 매몰찬 시선을 보일 게 아니라, 이해는 못할지언정 인정은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필요 이상으로, 그리고 과하게 미화되어진 모습들도 수정될 것이 아닌가.

왕의 남자가 한참 인기를 끌었을 때 그런 기사를 본 것 같다.  동성애 커플이 그렇게 미남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자세힌 기억 안 남...;;;

하여간, 좋은 작품에 좋은 작가였는데, 모두 잃어버려 가슴이 아프다.  작가는 주인공 덕구가 행복해질 거라고 말했다 한다.  그의 못다한 이야기엔 행복함이 가득 있을 거라고, 나도 믿고 싶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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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4-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애 커플도 그렇게 선남선녀로만 이뤄져 있지는 않죠.(웃음)
그런데 역시나,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안타깝군요.

마노아 2008-04-03 14: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성애 커플도 선남선녀만 있지는 않죠. 작가가 너무 안타까워요.
근데 이 책을 요번에 중고샵에다 팔았다는 거..;;;; 올려놓으니까 구하기 힘든 책이라 금방 나가더라구요. 내가 팔았지만 속이 좀 쓰렸어요..;;

L.SHIN 2008-04-03 14:37   좋아요 0 | URL
짜라란~짜라란~짜짜란란~~♬~~♬~~♬ (배경음악)
시계를 보며, 마노님의 댓글을 추적중입니다. 다다다다다닥~ (쫒아가는 소리 들리죠? 우하핫)

마노아 2008-04-03 15:51   좋아요 0 | URL
열심히 실시간으로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밀려서 한 템포 늦었어요^^;;;
배경음악 흥얼거리며 다시 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