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 최후의 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3
로베르 에티엔 지음, 주명철 옮김 / 시공사 / 1995년 8월
평점 :
품절


시공 디스커버리 도서가 그렇듯이 이 책 역시 문학적 재미를 느낄만한 책은 아니다.  다만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기, 학술적 도구로서 유용한 책일 뿐이다.  때문에 짧은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빨리 읽혀지지 않는 따분함은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  지겹다 느껴질 땐, 담고 있는 역사적 진실로 만회를 해야한다.

사실, 이 책은 가볍게 접근하기에는 미안해지는 내용이다.
79년 8월 24일, 인간 세계에서 완전히 소멸되어버린 비운의 도시 폼페이가 어떻게 다시 그 흔적을 세상에 드러내게 되었는지의 발굴 과정이며, 그곳 폼페이 유적 발굴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니 말이다.

축소된 백과사전 같은 분위기로 편집되어 있는데(시공 디스커버리 책들의 특징이다.) 관련된 여러 사진과 도면, 그림 등을 삽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오래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던가, 폼페이 최후의 날 전시회가 있었는데, 당시 나는 가보지 못하고 엄마랑 언니가 다녀왔었다.  그때 사온 팜플렛이 아마 어디에 끼어 있을 텐데..;;;;;  그때 언니의 소감.  당시 사람들의 체격이 참 작았다는 것. 그들의 생활이 참 화려했다는 것... 등등이 기억난다.  이 책에도 폼페이인들의 생활상을 짚어볼 수 있는 여러 자료가 등장해서 그들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데, 그들이 불시에 당한 참변을 떠올리면 착잡해진다.(물론, 현재 강원도의 물난리보다 가엾지는 않다...;;;)

저자는 오늘날 폼페이를 다녀가는 사람들이 그곳을 오염시켜, 폼페이를 두번이나 죽게 만든다고 안타까워 하였다. 이는 복원이 가능하지 않은 고고학적 대재앙이라는 것이다.

비단 폼페이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귀한 여러 유적지와 유물들도 비슷한 경로로 많이 훼손되는 예를 접하게 된다. 예전에 기전 문화재 소속으로, 유적 발굴 조사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공사 현장에서 유물이 발견될 경우, 공사 기간의 방해와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로 모른 척 유물을 매장시키는 일이 다반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곳이든 옛 사람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흔적을 되짚어 볼 때, 그것이 단순한 관심이나 흥미이든, 학술적 목적이든 적어도 그 가치를 최상으로 살려 우리 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도 마찬가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비록 이 땅에서는 한 순간 재로 사라져간 폼페이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위안도 되주지 못할  테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