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24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도 카이는 흔들림 없이 연주를 이어갔다. 오히려 당황하더나 오케스트라가 보이지 않는 지휘봉 대신 카이의 피아노를 따라갔다. 어두운 숲에서도 자주 연주하던 카이에게는 무대 위 밝은 조명이 눈이 부셔서 더 불편했다고 한다. 돌발사고는 카이에게 도리어 드라마틱한 연출의 혜택으로 돌아왔다. 이게 실사 영화라고 한다면 얼마나 극적인 장면이었을까!



어두운 가운데 평화롭게 울리는 카이의 피아노가 마치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연상케 해주었다. 



관객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도 무아지경에 빠져 자신의 연주에 스스로 빠져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얼마나 혼연일체의 연주인가!



그리고 마침내 조명이 돌아왔을 때에 카이는 모두를 데리고 자신의 숲으로 인도했다.

피아노의 숲이 드러난 것이다. 산림욕하듯 편안하게, 숲 내음이 종이 너머 독자에게도 전해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주제와도 같은 그 피아노의 숲을 빠져나와 더 넓은 대지로 나아간다. 평원지대에서 살았던 쇼팽처럼!

그곳에서 무한 자유를 느낀 카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소망을 뛰어넘어 마침내 넓은 세계로 나아갔다.

지면으로도 그 감동이 절절하게 전해져서 함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지휘자하고도 뜨거운 포옹을! 저 협연에 내가 연주자로 참여한다면 극한의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아니, 관객으로라도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영광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아지노 선생님! 그는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인가! 그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카이를 통해서 더 크게 이뤄냈다. 카이의 성공이 그와의 이별을 당겨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지만 번데기를 빠져나왔으니 카이는 큰 날개를 펄럭이며 이제 비상해야 한다. 


피아노의 숲이 두권 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결말도 이미 알고 있지만 많이 아쉽다. 음악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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