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정호승 시인의 이름을 내게 처음으로 알려준 책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항아리는 이 책에 실린 열여섯 편의 작은 이야기 중 첫번째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될 만큼의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되고 말거라고 잔뜩 기대했던 항아리는, 자신의 기대와 달리 겨우 오줌독으로 밖에 살지 못한다.  기대했던 그에게 이만저만한 실망이 아니다.   그러나 인생역전!  오랜 세월이 지나 이 항아리는 범종의 소리를 더 깊고 넓게, 그리고 멀리 울리게 하기 위한 울림독으로 선택된다.   우리의 인생 여정을 돌아볼 때에도 깊은 메시지를 주는 내용이라 하겠다.

"비익조"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목적을 위해서 사랑하지 말라고 조용히 읊어주는 이 이야기는, 오늘날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또 그것이 당연한 듯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다.

 
"밀물과 썰물" 이야기도 역시 내 가슴에 은은한 감동을 주었다.  질투하며 미워했던 썰물이 곧 밀물 자신이라는 깨달음... 그같은 어리석음을 우리도 가끔씩 반복하니까...

"선인장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본분을 잊고 순간의 쾌락에 목숨을 던지고, 그런 까닭에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여러 단편들이 소박하면서 쉬운 메시지를 주지만, 동시에 깊고 잔잔한 울림도 같이 전하고 있다.  그리고 한발자국 떨어져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지나쳐버리는 주변의 진실들에 다시 한 번 다가서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함께 산다는 것,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이 책은 실망을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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