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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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씨를 떠올리면 서강대 교수님... 보다 칼럼니스트, 번역가란 이름으로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내게는 선생님으로 만난 적이 없으니 그녀의 책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수업은 충실하고 멋질 테지만, 내게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나는 것도 몹시 좋은 만남이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생일인가 했더니, 부제로 이유를 설명한다.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라고.

진정한 생일은 지상에서 생명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더 어릴 때에는 아마 몰랐을 테지만, 삼십 년 가까이 살아보니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녀가 신문에 실은 칼럼 중 사랑에 관한 시를 모아봤다.  여러 나라의, 여러 시대의 시인들의 목소리가 이 책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듯이 순백의 하얀 바탕 위에 거친 느낌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매 시마다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 그리고 장영희씨의 에세이와 그림이 같이 실려 있다.  하나의 책 안에 여러 매체가 섞여 있어 다양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전달해 준다.

나로서는 영어 원문의 진맛을 느낄 재량이 없어서 순전히 한근 번역에만 의존했지만, 영시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이 책을 보았더라면 아마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로 시가 좋을 때가 있고, 때로 그 시인의 삶을 표현해 준 짧은 정리글이 좋고, 때로 장영희씨의 에세이가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참 예쁘고 고운 책이었고, 우아한 독서였다. ^^

여러 시 중 유독 내 마음에 닿은 시 한편을 옮겨 본다.

 

당신의 아이들은

칼릴 지브란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수는 있어도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고 당신은 그 집을

결코, 꿈속에서도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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