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부 1
이덕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장르를 매기기가 애매하다.  소설인 것은 분명한데, 완전 소설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를 둔 역사 소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조선왕조실록을 인용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존인물이다.

이 책은 절판되어 안타까운 경우인데, 이 책이 있는 도서관을 수소문 해서 부러 찾아가 가입까지 하고 빌리는 극성을 떨어서야 볼 수 있었다.  사진도 준비해 가야 했고, 교통편은 정말 안 좋았고, 이 책 반납후 두 번 다시 가지 못했다.  다행히도, 나의 지인이 나의 생일 선물로, 출판사에 문의해서 이 책을 구해서 선물해 주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 고마운 선물, 고마운 책. ^^

오히려 이덕일씨의 경우는 덜 팔릴 것 같은 역사책이 재판을 거듭하는데, 잘 팔릴 것 같은 소설책이 덜 팔리니... 아무래도 명함 탓인가?  소설의 장르를 택해도 아무 문제 없을 만큼 잘 썼는데 말이다.  워낙에 문학적 재주가 탁월했던 것은 익히 알아온 사실이니까.^^

이 책을 보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에 많이 놀랐다.  내가 짐작했던, 혹은 우리가 그럴거라 믿어왔던 숙종보다 훨씬 날카롭고, 동시에 그릇이 넓지 않은 인물로 묘사된 점....(공부를 해보니, 그런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사극이 미화된 것..;;;) 인현왕후가 후덕한 인물일 거라고 모두 속아왔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는 것.(장희빈과 막상막하더만....;;;;;) 그리고 이 둘의 싸움에 빠질 수 없는 당파 문제와 외척 간의 싸움까지도...

심지어 장희재가 죽을 때의 상황을 보면은 억울한 면이 많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 일가의 억울한 죽음은 곧 경종의 비극과 영조, 사도세자, 정조의 비극을 연이어 탄생시킨다.  그런면에서 개인적으로 숙종이 참 밉다.(그래도 인조보다는 못하지만...;;;)

'혁명'을 생각하면 언제나 답답할 때가 있다.  일을 그르친 것은, 어찌 보면 운명이랄 수도 있지만, 꼭 사소한 데에서 말썽이 발생한다.  운부에서도 그렇다.  이들의 혁명이 그럽게 삽시간에 무너지는 것이 많이 허무했다.  엔딩 부분이 좀 급하게 느껴졌고 임팩트가 약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3권에 걸쳐서 방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소설적 재미도 충분히 주고, 무엇보다도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리얼하게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을 본 최고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오히려 너무 유명해져서 이런 소설을 다시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 까닭에 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책....  하다 못해 절판이 풀리고 재판만 되더라도 좋겠다. 이런 책은 두고두고 여러 사람이 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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