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여인들

이덕일의 여인열전 - 보급판, 반양장본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3년 2월

역사 속 여성을 부각하는 책들이 많이 쏟아진 것을 안다.  최근엔 드라마 '주몽'의 인기에 힘입어 '소서노'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고 있다.

내게 소서노의 이름을 처음 알려준 것은 "불의 검"이었고, 그 다음은 이 책 "여인열전"이다.  특이하게도 시간 순서가 아닌 주제별로 내용을 묶어서 여러 시대의 인물들이 하나의 주제 아래 묶여 있다.

1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

소현세자빈 강씨는 "조선왕 독살 사건"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이 책은 보다 적극적으로 그녀를 설명하고 있다.  시대의 희생자였던 그녀의 억울함도 함께 드령다볼 수 있다.  정난정은 드라마 "여인천하"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인데, 드라마는 용두사미의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이 책은, 굳이 그녀를 억울하다고 표현하진 않지만, 적어도 그녀가 그 시대를 헤쳐나갔던, 혹은 앞서나갔던 진면목들을 보여준다. 

2 냉혹한 승부사들

인수대비 한씨는 드라마 "왕과 비"에서 이름을 알렸다.(채시라 역할) 그녀를 시어머니로 둔 것이 연산군의 생모 윤씨의 비극이랄까.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만난 인연이지 싶다.  이 책은 또 특별하게 장희빈을 시대의 희생자, 혹은 당쟁의 희생자로 재조명하고 있는데, 미천한 신분에서 최고의 신분까지 올라갔던 그녀의 인생역전과 또 재역전을 지켜볼 수 있다.  그에 비해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큰 책임이 있는 인물인지라, 읽는 내내 반감이 엄청 서렸다.(사도세자의 고백 참조!)

3 내가 만든 나라

바로 이 챕터에 "소서노"가 등장한다.  그녀의 입장에선 주몽은 배신자일 수 있고, 유리는 굴러온 돌일 수가 있다.  힘으로 뺏으려 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고 새 길을 찾아 떠난 그 과감성은 그녀를 두 나라의 창조자로 만든 역동성일 수 있겠다.  가야제국의 공동시조 허황후도 참으로 늠름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출신국은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참으로 대단했던 역사 속 인물! 선화공주를 신라의 공주가 아닌 백제의 킹 메이커로 짐작한 내용도 충격적이면서 신선했다.  당시 신라와 백제의 관계를 살펴보면 삼국사기보다 이 설정이 좀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신라 시대 벤처인 '문희'의 존재도 독특했다.  그 언니가 김춘추의 후궁이 된 데에 비해 과감히 투자(?)한 그녀는 왕비가 되었으니 벤쳐 기업가 중에서도 아주 각별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여왕들의 나라

선덕여왕의 천하제패를 알아볼 수 있는 건축물이 있다. 바로 황룡사 9층 목탑. 타버린 게 안타깝지만, 세계를 모두 발 아래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  그녀에 대한 여러 일화들도 그녀의 총명함을 뒷받침해 준다.  이에 반해 음녀로 몰린 진덕여왕은 정말 억울한 케이스다.  가만 보면, 그 무렵 어지러웠던 정세를 모두 그녀 탓으로 돌려버렸으니...(ㅡㅡ;;;)

5 임금 위의 여인들

고려의 여걸 천추태후의 존재는 매우 신선했다.  가장 이름이 낯선 경우였고. 고려시대 이야기는 이 책과 "교양 한국사"를 같이 읽기를~ 원나라의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름도 나는 "비천무"에서 제일 먼저 알았다. 김혜린 책이 내게 역사 공부를 해준 셈^^;;;; 드라마 신돈에서의 기황후는 관능미를 자랑했지만, 지략은 어떨 지 ㅁ르겠다. 드라마를 보다 말아서리...;;;

6 피안의 세계를 향해서

허난설헌의 생애도 참으로 기구했다. 너무 뛰어나서 시대의 시기를 받은 인물이랄까. 

7 비극으로 이끈 믿음

태종 이방원의 왕비 민경왕후. 모든 걸 다 내걸고 도운 대가가 친정 식구의 도륙이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

8 관능으로 지배한 사랑

미실이라는 소설도 있는 것을 안다. 음.. 재미 없다는 소리 듣고 관심 끊음^^;;; 어우동도 당시 시대의 희생자 비스무리.  세종 때의 유씨도 마찬가지지만.  역사스페셜에서도 다루었는데 나만 재밌어 했다. 학생들은 모두 자더라는...';;;

9 의인의 시대

최용신의 존재는 소설 "상록수"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보다 깊이 알 수 있게 해준 내용이었다.  그렇게 온 몸을 던져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여인이라니... 놀라움과 감탄이 인다.

이 책은 새로운 사실도 알려주고, 왜곡된 편견도 바로잡아주고, 그러면서도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래서 이덕일 선생님의 책을 모두 좋아함.  그가 대중역사서의 부지런한 필자로 계속 남아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