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 이틀 연속 고급(게다가 비싼!) 문화 생활을 했더니 좀 얼얼하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2001년도던가... 그때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보고 홀딱 반했던 작품이다.

워낙 원작 만화도 좋아하고, 김진 작가도 좋아했던 내게는 도무지 싫을 게 없었던 작품.

그 작품을 다시 한다고 해서 화들짝 놀랐었다.  아니, 이렇게 오랜만에 앵콜을??? 했는데, 앵콜이 아니라 새롭게 만든 것이었다.

지난 번 작품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 이야기만 뚝! 잘라내서 만들었는데, 이번엔 아버지 무휼의 사랑과 고뇌와 아픔을 표현한 것.  작품으로 치면 단행본 1권부터 6권까지의 내용이다.

사실 어제 지킬앤 하이드의 포스가 너무 강했던지라, 오늘이 작품은 기대치가 낮았다. 내가 몹시 기다렸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시간 빠듯하게 도착해서 부랴부랴 자리 찾는데 김진 선생님께 사인 받는 사람 포착!

아흑, 1분의 여유만 있었어도 팜플렛 사다가 사인 받는 건데...T^T

아무튼... 공연 시작...

얼라.. 내자리가 1층 좌석 맨 앞줄 바로 윗층인데 공간상으로는 1층에 훨씬 가까운 자리지만 너무 사이드라서 스크린이 절반 정도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고민 시작...

음... 노래 세곡 정도 듣고는 위로 올라가버렸다. ㅠ.ㅠ  좀 높은 데서 보아도 안 보이는 것보다는 낫지...

이번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일단 굉장히 독특하고 신비했다.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해야 하나?  바람의 나라 자체도 신수가 등장하고 내용에 판타지성이 가미되어 있는데, 그것을 시각적 청각적 매체를 통해 재현하는 과정에서도 역시나 그 신비함이 큰 장점이 되었다.

음악도 클래식과 국악, 락과 댄스가 아우러졌고, 랩도 나오고 굿 비스무리한 형식의 노래도 나왔다.

12분에 달하는 전쟁씬은 대사 하나 없이, 음향 효과 하나 없이 올곧이 몸과 몸으로만 표현하는데, 뮤지컬보다 무용극에  가까울 만큼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춤'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래서, 주인공 무휼의 경우,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독창은 하나도 없고 합창 두곡이 전부다.ㅡ.ㅡ;;; 그나마도 공연 시작하고 1시간 만에 겨우 들을 수 있었다.ㅠ.ㅠ

그런데 참, 이 무휼 역에 집중하게 만든 것은 묘한 분위기다. 배우는 고영빈인데, 절제된 대사가 마치 시를 읊조리듯 아주 미묘하게 운율이 있고 몸의 움직임이 발레리노의 그것과 비슷한 격이 느껴져서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존재감이 드러날 만큼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었다.  그리고 이건 부끄러워서 얘기 안할까 했지만 역시 안할 수 없는 얘기!  몸이 엄청 좋았다.(쿵!) 남자의 실루엣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음.

여기에는 의상팀의 역할이 한몫 했는데, 굉장히 친자적인 소재를 가늘고 얇게 사용하여 연출했는데, 거추장스럽게 꾸미지 않고도 화려했고, 소박하면서 멋진, 그러면서도 모두 천상의 사람인 양 역시 신비해 보이는 느낌을 제각각 갖고 있었다.

신수들은 체조 선수 마냥 움직임이 유연했는데, 나중에 팜플렛을 보니 진짜 체조선수였다....;;;;;

노래는, 해명 역을 한 배우와 새타니(젊은 시절) 역 배우의 첫 듀엣이 가장 좋았다.  OST는 나중에 온라인 판매를 한다니 기다려야지^0^

무휼의 노래를 많이 못 들어서 안타까웠지만, 몸으로 하는 연기의 놀라움을 맛보았으니 덜 아쉽다.

이지와의 첫날 밤의 정사(?)씬에서 엎치락 뒷치락 하는 장면도 예술!(만화 작품을 보았다면 알겠지만, 야한씬이 아니라 엄청난 긴장감과 정치적 모략이 드러나는 부분)

춤 연습을 다들 많이 한 것 같은데 배우들이 도약하느라 점프할 때마다 관객인 나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특이하게도 모두들 맨발로 연기!  발을 감싸는 천이 있기도 했지만 대체로 완벽한 맨발이었고, 맨발이 또 그렇게 섹쉬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또 처음 알았다는.....ㆀ

일주일 간의 짧은 공연. 홍보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마도 대박은 힘들 것이다.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니...

그렇지만 창의력이 돋보였고, 신선한 시도가 놀라웠고, 연기도 무용도, 음악도 모두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가 없는 신기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일주일의 공연이 끝나고 음반 나오고 다시 더 좋은 극장에서 앵콜 공연했으면 한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은 오페라 극장에 비해서 좀 많이 아니었다.(ㅡㅡ;;;)

공연을 보면 너무 좋다.  그런데 후유증이 있다.  또 보고 싶어지는 것...

재차 보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고, 그저 잊자니 또 너무 보고 싶어지네. 아흑...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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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7-17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동영상은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 법정공방에 대한 내용입니다. 솔직히, 전 표절이라고 봐요. 바람의 나라 드라마 제작 무산은 정말 억울하다구요. 그래도 태왕사신기 하면 볼 거지만..(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