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시위대가 농성을 벌이고 전경과 대치중일 때, 난 경복궁 역에 위치한 매장에서 언니 대신 가게 일을 봐주고 있었다.
비는 무섭도록 쏟아지고 버스도 끊기고 지하철도 막아 놓은 상태. 그 비어버린 도로를 전경들이 무섭게 달려간다. 청와대 방향으로.
잠시 뒤 이번엔 시위대가 무섭게 달려간다.
그리고 또 잠시 뒤 전경들이 그 뒤를 쫓는다. 가만? 그럼 샌드위치 되는 건가?? 슬슬 걱정이 된다.
좀 더 지켜보니 이젠 반대 방향으로 시위대가 달려나가고 다시 또 그 뒤를 전경들이 쫓는다.
청와대 방향까지 갔다가 뚫지 못하고 돌아온 듯하다.
이미 시청 광화문 종로 사직 터널 방향까지 모두 꽉 차 있을 게 분명하다.
가게에 방문한 몇몇 시민들은 버스도 지하철도 없어 비를 맞으며 엄청 고생했다고 툴툴 거린다.
그래도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이만큼도 안 하면 그게 더 바보인 거잖아요.... 하니, 그건 그렇다고 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시위대에 끼어 있는 게 아니라 비 피할 수 있는 곳에 남아있는 게 많이 미안했다.
가게 문을 닫고 돌아올 때에는 시위대도 해산을 한 모양이었지만 전경들은 비 맞으며 계속 대기중이다.
그들도 불쌍하다. 그들도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올라오는 시위 동영상을 보니 방패? 같은 걸로 사람 밀쳐낸다. 곤봉으로 때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 정도도 무섭다.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뭔가 씁쓸하다.
전경들조차도 시민들 편에 서서 한마음을 모아줄 수 있다면... 이런 상상은 너무 공상적인가...
그냥...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