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풍속야사 서문문고 281
임종국 지음 / 서문당 / 198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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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국 선생님은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존함은 익히 들어왔지만 책을 접한 것은 처음이다.  원래 친일문학론 쪽에 더 관심이 갔는데, 페이지가 너무 거대해서 작은 것부터 읽어보자는 심사에 이 책부터 사게 되었다.

처음엔 역사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전설이나 신화, 옛 이야기에 더 가까운 부분이 많다.  그러니까 제목도 '야사'라고 지었을 테지. (삼국사기보다 삼국유사에 가까운 이야기랄까.)

이 책이 나온 때가 1979년이니, 근 30년 전 책이다.  놀랍고 의아한 것은, 30년 전에 쓴 책인데 못 알아듣는 말이 참 많았다.  일단 어려운 한자어가 부담스러웠고,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은 국어사전을 동원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앞부분은 몰입하는데 엄청 방해됐다ㅠ.ㅠ

제1장은 생활과 풍속의 야화...라는 제목인데, 시작이 최초의 요정이다.  음... 이쪽으로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일반 민가의 이야기보다 왕가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고, 초가보다 대궐이 더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ㅠ.ㅠ

신분사회에 대한 글이 제2장인데, 제목은 "신분사회의 뒷골목"이다.  한순간에 벼락출세한 운 좋은 사나이들 이야기는 몇 페이지에 걸쳐서 줄을 그을 만큼 재밌었다.  노비, 백정 이야기는 참 가슴 아팠다.  천대받긴 마찬가지인데 무당이나 기생은 별로 그런 기분 안 들었는데 말이다.  일제치하 때 "형평운동"을 벌였던 백정 이야기가 나올 때는 근현대사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인지라 귀가 쫑긋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

마지막에 기생 이야기를 하면서 "밤에 피는 꽃"이란 제목을 썼는데, 시인 아니랄까 봐 표현도 참 문학적이다.^^

백정들은 상투를 틀지 못했고, 기생 집에선 장작도 쓰지 못했다는 것.  천하기 때문에 소외된, 그러나 소외됐기 때문에 조선 사회에서 자본의 축적이 가능했다는 백정의 이야기는 새롭고도 재밌게 읽혀졌다.

그런데 이 책은 몇몇 단점도 있으니, 앞서 지적한 어려운 말투와 단어 선택으로 독서가 용이치 않다는 게 하나고, 아마도 그 시절의 연구성과로는 덜 밝혀진 것들이 지금보다 많았을 터이니, 지금은 사실로 인정되지 않고 전설이나 왜곡으로 알려진 부분들을 사실처럼 기록한 부분들이 꽤 보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돈을 "요승"이라고 부른 것 등.

아마도, 지금 내가 공부하고 사실로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이렇게 30년 쯤 지나면 전혀 다른 내용이 사실로 되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보면 다행인 일이고 또 어찌 보면 무섭기도 하다^^

100% 진실이나 사실은 절대로 기대할 수 없으니... 최대한 사실에 가까이 가는 게 중요하지만, 그것에 집중하면 또 중요한 것들을 간과할 수 있으니, 정도를 지키며 중용을 지키는 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그나저나 이 책은, 재밌게도 읽히면서 지루한 부분도 있고, 어렵고도 새로운 부분들이 있으니 장단점이 두루 있다 하겠다.  그렇지만 별점을 주고자 할 땐, 별 다섯에서 멈추고 말았다.  하핫. 무슨 조화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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