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로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문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파울로 코엘료에 한참 빠져있을 때에 친한 지인이 이 책을 내게 넘겼다.  빌려준 것도 아니고 가지란다.  종교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자신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내게 더 즐거울 거라고 주었다.  그녀의 예견(?)대로 나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절판된 책을 소장하는 기쁨도 같이 누리면서... ^^

파울로 코엘료는 종교색을 띄면서 또 아닌 듯하게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많이 썼다.  보통 만나기 쉽지 않은 놀라운 재주다.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아예 대놓고 성경의 선지자인 엘리야다.  엘리야가 살았던 시대의 인물들이 모두 나온다.

우리가 흔히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엘리야는 소심하고 겁 많았고 의심도 많았고 그저 고뇌하는 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할 수 없었지만, 믿음으로 네!하고 달려들지도 못했다.  만약 그가 예수님 사촌 쯤 되는 위대한 예언자로 묘사되었더라면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은 뚝 떨어졌을 것이다.

그가 과부를 만나고, 그녀에게 '기름병' 기적을 일으켜주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성경에서는 사는 동안 그녀의 집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엘리야가 얼마나 해내나 두고보자는 심산으로 그 과부의 집에 기름을 제공해 준다. 

작가의 상상력도 탁월하지만, 성경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그같은 해석 혹은 상상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되었다.(조심스럽긴 하지만...)

마지막에 무너지는 집 잔해에서 사랑했던 그녀를 구출하지 못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허를 찔리는 느낌이랄까. 

인간인 나의 생각에, 왜 대체 이렇게 해주지 않으시는지, 하나님께 불만을 품을 때가 많다.  그러나 답은 한가지다.  당신의 뜻에 위배되기 때문에.  종국엔, 그분의 뜻이 바르다는 것을 나 역시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의 속은 까맣게 타게 되겠지만..ㅡ.ㅡ;;;;

엘리야도 그랬으리라.  많이 원망되고 안타깝고 서러웠으리라.  그렇지만 다시 일어서고 재건을 위해 힘쓰는 모습에서 희망을, 구원을, 영원을 보게 된다.  그분에게는 값없는 희생이란 존재치 않으니까.

대중적이거나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좋은 작품.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엔 무리가 있음... 벌써 절판이란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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