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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아이작 B. 싱어 지음, 황명걸 옮김 / 두레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아이작 B. 싱어에 대한 관심이 생겨 찾아읽은 책이다. '이디시어'가 어떤 것일지 잘 상상은 안 가지만,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특별함을 어디서건 찾아보고 싶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바보들이 잔뜩 등장하는 마을의 이야기인데, 그 바보스러움의 극치란, 덤앤더머 따위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니, 웃어야 될 지, 놀랍다고 해야 할 지 난감하기도 했다.
단순히 바보들의 이야기만 옮긴 것은 아니고, 때로 해학과 풍자, 교훈도 남겨주지만, 그래도 그들의 바보스러움은 단 한 편도 건너뛰지를 않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살 수 있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현자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자들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그들은 바보마을의 현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는 굉장히 훌륭한, 혹은 현명한, 지혜로운 사람임을 자처하지만, 그들의 현명함을 더 어리석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만 빛을 발할 수 있는 수준이니, 어이 없음에 우리는 웃음으로 답하게 된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어리석음은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만족하며 사는 지혜를 갖고 있다. 물론, 그들도 고민을 한다. 초조함도 갖고 있고 걱정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고민과 걱정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짊어지고 사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들은 쉽게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자족할 줄 안다. 현자들의 한마디 충고도 그들에게는 법처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고, 마을 바깥 사람들의 눈으로는 그들이 속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으로 생가해 보면, 그래도 행복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하니, 어쩌면 속으며 사는 것은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분명 바보들이다. 그러나 행복한 바보들이다. 그들이 그 마을 밖으로 나오게 되면, 그들이 갖고 있는 순수함을 가지고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현대인들처럼 약고 계산적인 사람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생존본능을 갖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행복한 마을 사람들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 마을 안에서만 완성되고 완결되어진다. 우리는 다만 들여다보고 놀라고, 재밌어 하고, 또 부러워하면 된다. 우리가 그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우리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여긴 오만을 몽땅 버려야 될 테지만, 동시에 비우면서 채워지는 행복을 맛볼 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