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비룡소의 그림동화 4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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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수업을 들을 때에 서머힐 학교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참 놀랍고 부러운 학교였다.  이런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은 장차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궁금해하기도 했다.

존 버닝햄은, 내가 놀라워했던 바로 그 학교 서머 힐에서 수학하 사람이다.  아... 그렇게 열린 교육을 받았던 사람에게선 이런 동화가 나올 수 있는 거구나... 나는 새삼 감탄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연령대를 위한 이 책은, 할아버지와 손녀 딸의 문답 형식으로 내용이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계절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나간다.  마지막에는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보여주면서 둘 사이의 이별을 암시하는데, 손녀 딸의 엉뚱한 질문과 아이의 기발한 상상력에 즐거워하며 보다가 문득 싸아해지는 슬픔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근래 들어 읽은 동화책에는,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닌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 혹은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아이로서도 피할 수 없는 그 슬픔의 영역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 지에 대한 고민이 동화책을 통해서 드러난 것인데, 그 방법의 세련됨과 상처에 대한 존중 등이 때때로 마음을 숙연해지게 한다.

벌레들도 하늘에 가나요? 라고 묻는 예쁜 손녀의 더 예쁜 질문...  내가 어릴 적에 이런 발상을 해본 적이 있던가.... 고민해 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질문조차 해보지 못했다면, 그것을 잊어버린 것보다 더 슬플 것 같다ㅠ.ㅠ

손녀 딸은 다시 묻는다.  할아버지도 아기였던 때가 있어요?

할아버지는 웃지만, 쓸쓸하실 것 같다.  긴 세월의 길이 한순간에 스쳐갈 터... 손녀 딸도 나이를 먹어 할머니가 되었을 때, 자신이 했던 질문을 똑같이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할아버지의 미소를 손녀 역시 떠올릴 테지...

'물고기를 잡으면 저녁에 요리 해 먹자'는 할아버지 말씀에 '근데 할아버지,고래를 잡으면 어떡하죠?'라는 답변에 난 까르르 웃고 말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아이일 때는 터무니없는 걱정에 잠 못 이루기도 했던 적이 얼마나 많던가.  온 세상 고민을 혼자 짊어지고 사는 것처럼 심각해하던 때가 분명 내게도 있었다.

애석한 것은, 내가 자랄 때에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중 살아계신 분이 한 분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추억과 이야기는 모두 책속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조부모님과 사는 아이들이 많지 않지만, 가끔씩이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예 만날 수 없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추억 뿐아니라 관계의 소통과 존재의 의미까지...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으려면 내 어머니는 오래오래 사셔야 할 것이다.  당신의 손주, 손녀 딸들과 함께.. ^^ 그리고 그 뒤를 우리 자매들이 이을 테지...

혹시 또 모른다.  먼 훗날 내 손주들의 손길로 이런 동화책 속의 할머니로 내가 등장하게 될 지도..^^

조카가 조금 더 크게 되면 같이 읽어야겠다.  지금은 아직 소화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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