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벨 이마주 60
D.K. 래이 그림, 존 W. 피터슨 글, 김서정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장애 가족을 두었다고 하는 것은 끝모를 슬픔과 서러움의 연속으로 이미지가 연결됩니다.  장애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이 더 많다는 것에 우리 사회의 치부가 숨겨져 있습니다.

여기, 한 언니가 있습니다.  듣지 못하는 여동생을 둔... 그러나 듣지 못하는 대신 더 많은 장점을 가진 여동생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예쁜 언니... 그리고 아름다운 자매가 있습니다.

아마도 소녀는 아주 어려서부터 듣지 못하는 동생과 함께 살면서 장애 자체를 그저 조금 '불편'한 것 정도로만 인식하며 살아온 듯 합니다.  그래서 장애를 거부하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접근합니다.

소녀는 듣지 못하는 대신 다른 많은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는 동생의 장점들을 열거합니다.  소리의 진동과 울림의 느낌으로, 또한 귀 대신 더 발달한 눈으로 동생은 자신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허나, 동시에 동생이 할 수 없는 것들도 얘기합니다.  동생은 소리의 종류를 알아차릴 수 없고, 소리의 느낌도 알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소녀의 목소리는  처음처럼 차분하지만 깊이 가라앉은 슬픔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다시 반복해서 얘기합니다.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당연히 동생을 사랑하고 있음을...

전체적으로 무채색 느낌의 색깔톤을 유지한 작품은 동화책답지 않은 차분함과 정적인 감동을 갖고 있습니다.  감정을 쏟아내지도 않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작품 속에서 찡한 감동과 먹먹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몹시 감동적이고 교훈을 주는, 아름다운 책이랍니다.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같이 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