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임금님 - 마술적 힘으로 가득한 한 편의 시 같은 동화
악셀 하케 지음, 미하엘 소바 그림, 조경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게 유행처럼 번졌었다.  그런 명목 하에 많은 책들이 지어졌고 또 팔렸고 읽혀졌다.  나는 꼭 그게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로만 생각되었다. 까닭 없이,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외국 작품 중 어른을 위한 동화를 보게 되면 신기하게 느껴졌다.  미하엘 엔데의 작품도 그러했고, 이 작품도 그런 편이었다.

제목이 몹시 앙증맞다.  작디 작은 임금님... 검지 손가락만한 임금님은, 그러나 엄지 공주 같은 귀여움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임금님은 배가 너무 나와 코트 앞섶이 잠기지 않을 만큼 뚱뚱한 임금님이니까.

그렇지만 귀엽지 않은 임금님도 아니다.  그는 당차게 호통도 치며,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는 왕궁일지라도, 그가 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으시대기도 한다.  물론 귀엽게.. ^^

평범한 회사원 주인공은 어느날 서재 책장의 틈새로 나오는 아주 작은 임금님을 발견한다.  임금님은 곰 모양의 말랑구미를 아주 좋아한다.  자신의 몸집보다도 큰 말랑구미를 열심히 씹으며 주인공과 수다를 떠는 게 그의 일과다.

그의 나라에서 사람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날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삶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큰 모습으로...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자꾸만 작아진다.  작아진다고 무시당하진 않는다.  오히려 큰 사람이 작은 사람에게 쩔쩔 매며 눈치를 본다.

임금님은 12월 2세였다.  아버지는 12월 1세^^;;;

할아버지는 정월 초사흘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이름으로 딴 재치가 돋보였고, 처음엔 컸다가 작아지는 그들의 생태도 눈여겨볼 부분이었다.  임금님은 말한다.  사람들은 어려서는 큰 꿈을 꾸고 상상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내며 만족하지만, 자랄수록 꿈은 잃어버리고 상상력도 부족해져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믿지도 않고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그리고는 시간에 환경에, 모든 것에 속박되어 자신을 잃으며 산다고...

작디작은 임금님의 주장처럼, 현실 속 출근하기 싫은 회사길과 직장 내에서의 일은 모수 꿈이고, 꿈속에서 벌어지는 놀랍고 아름다운 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살기는 사실 어렵다.  매트릭스처럼 이 세계가 모두 조작된 것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매몰되어 사는 것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아마 이제껏 믿고 살아온 매트릭스를 현실로 알고 살아갈 것이 우리들일 테니까.  그러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현실을 망각해라, 내지 꿈을 현실처럼 믿고 살아라~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앞서 이야기한 대로, 작아지는 꿈과 용기, 마음의 크기를 경계하고 반성하는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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