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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슬플 때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40
퀸틴 블레이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비룡소 책을 좋아한다.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잘 맞추는 것 같아서,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아서, '비룡소' 이름을 달고 있는 책이라면 한 번쯤 더 들여다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지금껏 보던 동화책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제목부터 남다르다. "내가 가장 슬플 때"
동화책에서 흔히 보이는 밝고 경쾌한, 완벽한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있다. 책장을 펴보니, 그다지 길지 않은 내용인데, 책장이 빨리 넘어가지 않았다. 책장 가득 담긴 회색빛 색채와 슬픔에 잠긴 주인공의 눈, 그리고 짧은 문구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의 독백들 때문이었다.
책 속의 남자는 언뜻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울고 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다. 사랑하는 아들 에디를 잃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선 아이를 어떻게 잃었는가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그가 아이를 잃고 그 마음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렸는지, 얼마나 외롭고 또 그리운지는 온 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언젠가 어느 글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는 이혼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보았다. 그것은 부부 사이의 금슬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잃은 슬픔이 너무 커서 같은 슬픔을 공유한 그들이 그 시간을 견뎌내지 못함을 의미한다. 가끔 뉴스에서 너무도 황당한 사고로 아이를 잃게 되는 보도를 접하게 될 때, 그 부모의 황망함에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이 책은, 그러한 안타까움과 서러움, 아픔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찬찬히 말해주고 있다.
또 언젠가 들은 얘기인데, 외국에 나가서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는, 차라리 우리 말로 똑똑한 어투로, 그리고 바디 랭귀지를 써서 찬찬히 설명하는 것이 어설픈 외국어보다 더 잘 통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라다크에서는 아이가 위험한 장난을 쳤을 때 아이를 야단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를 바로 끌어안아, 엄마가 왜 너를 걱정했는 지를, 체온으로 기색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죽음'이라고 하는 물리적 이별과 형이상학적 결별을 아이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혹은 애둘러 말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아픔을 솔직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큰 이해와 공감을 불러주지 않을까 하고...
아이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모습, 촛불을 외롭게 켜두는 그의 슬픈 눈망울, 무엇에도 의욕을 갖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그의 낮은 읖조림과 그림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죽음의 아픔을 심정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어설픈 해피엔딩이나 억지스런 희망을 제시하지 않아서 좋았다.
때로, 그 상대가 아이일지라도... 슬픈 일에, 아픈 일에, 있는 그대로 그 고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줄 필요도 있는 것이니까... 그것이, 아픔을 보다 빨리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