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1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기껏 다 쓴 리뷰가 로그인이 풀리는 바람에 날라갔다. 로그인 상태였는데 말이다. (궁시렁 궁시렁..ㅡ.ㅡ;;;)

작품 때문에 좋았던 기분이 확 망가졌다. 어흑흑...ㅠ.ㅠ

진정하고.. 다시 쓰자(ㅡㅡ;;)

음악을 소재로 한 만화책을 특히 좋아한다. 최근에 본 책으로는 노다메 칸타빌레가 특히 인상적이었고, 그 전에 오디션이나 수다쟁이 아마데우스도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피아노의 숲을 소개받은 지 꽤 되었는데, 뒤늦게야 보게 되었다.  사실은 노다메 칸타빌레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음악관련 책을 찾게 된 것^^;;;

어찌 보면, 내용의 전개는 다소 진부하기도 하다.  천재 소년의 출현. 천재를 알아보는 또 다른 천재 스승.  자신에게 좌절된 꿈을 제자에게 이루게 하려는 욕구...

천재에게 자극받은 수재들... 노력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천재라는 장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흘리는 그들의 땀과 열정...

그런데... 어찌보면 뻔할 수 있는 그런 전개마저도 모두 감동이었다.  창녀촌의 아이로서 너무 일찍 성숙해져버린 소년 카이. 집앞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어려서부터 놀이 상대로 여겨 자신도 모르는 새 피아노의 천재가 되어 있던 소년 카이는, 그 피아노의 원주인인 학교 음악 선생님 아지노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아지노는 천재 피아니스트였지만 젊어서 교통사고를 당해 약혼녀와 함께 피아니스트로서의 장래도 꿈도 모두 잃어야 했던 불운의 사나이였다.  그가 치던 피아노는 일부러 건반을 무겁게 만들어서 아무나 칠 수 없는 것이었는데, 10년 간의 명예 교수직도 해고되어서 방황하던 그는, 자신이 버렸던 피아노를 찾아 헤매게 된다.  그리고 이곳 숲에서 피아노를 찾게 된다.  그러나 다시 찾은 피아노는 이제 자신이 칠 수 없는 물건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피아노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서 인근 초등학교 음악교사로 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카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누구도 칠 수 없었던 피아노를 일반 피아노 치듯 가볍게 칠 수 있는, 그곳 피아노의 숲을 마음 속 이상향으로 여기고 그 피아노를 너무도 사랑하게 된 카이를 말이다.

아지노의 후원으로 콩쿨 대회에도 나가게 되고, 자신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새삼 깨닫게 되어 더 큰 무대를 향해 나가고자 날개짓하는 카이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 카이의 피아노에 동화되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자 한 변소공주(^^;;)의 역습도 눈부셨다. 

웃음을 잃고, 생의 의미를 잃었던 아지노가 카이로 인해, 그리고 그들의 피아노로 인해 미소도 찾고 삶의 의욕을 찾은 것도 박수를 치고 싶은 일이다.

그렇게, 신은 한 사람에게서 전부를 빼앗은 것 같은 형벌을 주면서도, 모두 잃은 것은 아님을 알게 해 준 그의 마음의 평화가 나는 감사했다.

언제나, 아마데우스를 시기했던 살리에르의 마음을 이해하며, 혹은 동감하며 살아왔다.  이 작품 속에서도 살리에르 같은 사람이 나온다.  허나, 그들은 천재 카이의 피아노를 인정하지만 그를 꺾고 싶은 자신의 욕구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그래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뛰어넘기 위해 애쓴다.  그 모습들이 모두 눈부셨다.

아마도 예술가들은, 스스로를 뛰어넘기 위한 장벽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을 뛰어넘을 때의 환희 역시 버리지 못하는 마약이 아닐까 싶다.

나같은 독자는, 단순히 만화책을 보고서도 감동에 가슴이 저린데, 그 음악을 실제로 연주해내는 사람들의 감동과 전율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작품을 보다가 모차르트 250주년 기념 음반이 장바구니로 직행하고 말았다.ㅡ.ㅜ

문제는, 망가져버린 CDP.... 또 다시 지름신이 몽땅 강림할 것인가....T^T

가끔, 이렇게 감동을 주는 좋은 책들은 꼭 파산신을 데리고 온다는 게 문제다.

그렇지만 만나주어서 고맙다.  피아노의 숲으로 나를 초대해 주어서 몹시 고맙다.  계속 그 숲의 향에 취해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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