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디서 왔을까?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5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뭐든지 "왜요?  그건 왜 그런데요?"라며 재잘거리며 묻기 일쑤다.  때로, 아이들의 질문은 우리의 예상 범위를 넘어버려서 대답해주기 힘들 때가 온다.  그때를 지혜롭게 대비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 꼭 이 책의 내용이랄 수 있겠다.

가스똥은 자신의 아기였을 때 어떠했는지 궁금해한다.  또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 지도 알고 싶다.  여기까지 대답을 해주면, 어떻게 엄마 뱃속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또 파고든다.  이 때 당황해 할 필요는 없다.  사실 그대로 말해주면 되니까.

작품 속 엄마는 대답해준다. "아빠와 엄마가 서로 무지무지 좋아해서 사랑을 나누면 아빠 몸 속에서 아주 작은 씨앗이 나와 엄마 뱃속으로 들어오지.  그럼, 엄마 뱃속에 있는 또 다른 씨앗과 만나게 돼.  그 두 개의 씨앗이 만나 가스똥, 네가 되었단다."

엄마의 답변은 사실 그대로를 말해주면서, 아이의 이해 수준을 고려한 적절한 비유를 담고 있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사랑의 아름다움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말이다.

가스똥은 여전히 궁금한 게 많다. 또 묻는다.  엄마 뱃속에 있기 전에 난 어디에 있었는데요?

엄마의 대답은 여전히 지혜롭다.  "아마 엄마와 아빠 머릿 속에 있었을 거야. 우린 항상 네 얘기를 해 왔거든."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와 아빠가 내 생각을 해 주었다는 것... 간절히 원해서 내가 태어났다는 고백... 아이에게도 큰 자부심과 위로, 뿌듯함이 솟지 않을까.  또한 그게 사실이기도 하니 말이다.

작품에서 만든 이는 부모들에게 그렇게 얘기한다.  아이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고, 부모님이 자신을 끊임없이 원하고 기다렸다는 확인을 갖고 싶어한다고... 누구든,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타당한, 혹은 당연한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그런 고민은 청소년기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꼬마라고 취급하는 다섯 살 아이도 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그것을 표현해 내는 언어의 한계와 인식의 차이만 있을 뿐.

가스똥은 이제 아기의 탄생을 뛰어넘어 생명이 탄생, 그리고 우주의 탄생에까지 질문의 영역을 넓힌다.

우주 속에서 지구는 씨앗처럼 아주 작은 별이라는 아빠의 설명은 아이의 이해 수준을 맞춘 것이지만, 아이가 이 말을 이해할 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그 대답이 아이의 가슴에, 머리 속에 남아 아이가 자람에 따라 자신이 가졌던 의문에 대한 자연스런 해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의 탄생과 인간의 탄생에 대해 진화론이 어떻고 창조론이 어떻고... 이렇게 대답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그러나 그 둘을 상반된 것으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작가는 부모님들께 전하는 글에서 설명하고 있다.

아이의 무기 "왜요?" 공격에 짜증내지 않고, 아이를 만족시키며 스스로도 미소지을 답변을 찾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요구된다.

이제 다섯 살 조카는, 두달 후면 태어날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을 맛보게 될 녀석의 호기심과 경이로움에 나 역시 약간의 기대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나 역시 지혜로운 답변을 늘 준비하며 기다려야겠다.  난 어디서 왔을까? 라는 고민도 해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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