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속성을 들여다보기가 어렵다.  바깥으로 나와봐야 어떻게 생겼는지 윤곽이 드러난다.  우리의 대한민국이 그러했다.  귀화한 외국인, 이제는 한국인이지만 몹시 독특한 위치와 정체성을 가진 박노자의 눈을 통해서 새롭게 대한민국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리'라고 하는 단어가 그토록 무서운 말인지, 그토록 배타성을 지닌 것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 안에 갇힌 우리의 모습은 우물 안 개구리이기도 했고, 우물 밖을 거부하는 개구리이기도 했다.

뿐이던가.  '근대'라는 말이 갖는 함정과, '민족주의'의 무서운 속성도 더불어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이 월드컵 열기가 온 나라를 휩쓰는 이런 때에 우리가 특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민족"이라는 말.  지난 2002 월드컵 때에 대한민국은 '민족'을 등에 업고 뛰는 선수들을 갖고 있다는 표현이 외국 신문을 통해서 등장했다.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왠지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치솟는 기분이었고, 마치 한강의 기적이라든가, 조국 해방이라든가, 그런 역사적 의미에서의 민족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단어가 갖고 있는 배타성과 순결함을 강조하는 완벽주의 등이 얼마나 우리를 현혹시키고 세뇌시키고, 미래 지향적이어야 할 것들로부터 방해를 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참으로 섬?한 기분을 많이 느꼈다.

오늘 읽은 책에서도 우리는 민족으로 '만들어진다'라는 표현을 보았는데, 우리가 타고난 것이라고 믿는 것들이, 교육과 환경과 언론 등으로 '틀'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무섭고 어지럼증도 일었다.  그건 마치,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완벽하다고, 혹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무척 지저분했고 불완전하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우리 사회가 비뚤어지게 나가게 된... 바로 설 힘을 스스로 얻지 못하고 이토록 왜곡된 구조를 갖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니, 화가 많이 났다.  역사를 돌아볼 때, 누구 한 사람 때문에, 혹은 한 나라 때문에 모든 화가 미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 모아모아 커다란 화근이 되었을 테지만, 결정적 건수를 만들어준 나라, 그리고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  그 모습들에 답답하고 안타까움이 솟았다.

오늘은 서울 1945 지난 편을 보았는데 여운형 선생님이 저격 당하는 장면에서 끝이 났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사의 한장면을 보는 것인데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 마냥 가슴이 꽉 막혀 왔다.  "찢겨진 산하"를 읽을 때의 울분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도 들었다. 

'만들어지는' 우리 대한민국, 민족, 역사... 그렇다면 수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방관만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아름다운, 선한,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는' 우리가 필요할 진대, 사실 막막한 기분이 든다.

우리의 교육은 바른 역사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시대를 바르게 보는 눈도 알려주지 않는다.  언론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결국엔 '사람'에게 기대어야 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제자를 길러내는 일, 올바른 사고관을 형성시켜 줄 책, 그 책을 소개시켜 줄 사람, 그런 책을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국 사람이 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힘이 되는 사람을 모두가 만나고 살지는 않는다.  만날 수 있다면 복이지만, 만나지 못해서 알지 못해서 지나치게 되면, 그도 그 사람의 복이 거기까지일 뿐이니...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많이 공부하고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현실의 안타까움과 설움에 방황하게 된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냥 살아진다.ㅡ.ㅡ;;;;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려주며 우리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박노자 교수님께 여러모로 고마움을 느낀다.  그같은 역할을 해내는 지식인이 더 많았으면... 말뿐이 아닌 행동하는 지식인이 이 사회에 충분히 등장했으면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부끄럽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우리들의' 대한민국인 것을, 누군가가 만들어가기를 바라고 있으니... 나는 일단 열심히 책 보고 열심히 공부부터 해야겠다.....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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