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1
가오싱젠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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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부조리극 이오네스코의 수업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워낙에 '희곡'이란 장르하고 친하지 않은 이유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한 편의 긴 내용이 아니라 몇몇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참으로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읽은 자리 또 읽고 또 읽고를 반복...ㅡ.ㅡ;;

버스 정류장에 서서 오지 않는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버스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사람들은 한탄하고 절망하고 신음한다.

문학의 범주 안에서 그 속의 상징성을 찾고자 애써야 했겠지만, 나는 그저 황당하고 무서울 따름이었다.  나이 먹어갈 수록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 지를 아는 까닭에, 그렇게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해 본 적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만 앞세우고, 누군가는 지극히 이기적으로 굴고, 모두 우리들 속에 숨어 있고 혹은 거침 없이 드러나는 인간성이건만, 비밀을 들킨 것처럼 읽는 동안 내내 불편했다.

그런데,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지..ㅡㅡ;;  전에 설국도 그랬지만, 노벨 문학상 받은 작품들 중에서도 나랑 안 맞는 작품들이 종종 있다.  나랑 무조건 맞으란 법도 없지만. 하여간 대중성은 노벨 문학상에 그닥 중요한 덕목이 아닐 지두....;;;;

그렇지만 희곡으로 쓰여진 만큼, 연극 무대에서 보게 된다면 또 다를 것도 같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말싸움 하는 사람들, 휙휙 지나가는 시간, 계속 기다리기도 어렵고, 이제라도 걸어가야겠다 결심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 아마 자기 모습인 것 마냥 감정이입이 잘 될 것도 같다.

그렇지만 문제는, 책으로는 그닥 이입이 되지 않고 오히려 두려웠던 것. 두려움을 느끼게 한 것이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일 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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