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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처럼 표지도 참 정갈했다. 워낙 유명한 책이었고, 수능 공부하던 시절에는 모의고사 예문에도 곧잘 나오던 편이어서 잊을 수 없는 책이었는데,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왔다.
친한 지인에게 책을 왕창 빌렸는데, 그때 내가 고르지 않은 책이 딸려왔으니 바로 이 책 '무소유'였다.
너무 유명해서, 마치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사실은 읽지 않고 제목과 저자만 알았던 책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읽기로 했다. 차분히 읽으려고 펴들었는데, 이 책이 70년대에 첫출간된 책이고, 게 중에는 50년대에 쓰여진 내용도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
흠, 고전에 속하는 편인가... 중얼거렸다. ^^
그리고 두번째 놀라기. 작품의 내용 중 여럿이 어디선가 읽었다는 것이다. 범인(?)은 뻔하다. 분명 수능 대비 모의고사나 문제집의 예문에서 보았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이 글을 쓴 사람이 '법정' 스님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하더라도 무심코 넘어갔거나 아니면 보고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그때는 단순히 '입시용'으로만 보았을 테니까.
그래서 새삼스러웠다. 이미 읽은 내용을 다시 읽을 때에도 느낌이 새로왔다. 와, 이래서 사람이 환경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구나... 싶었다. 어려서 읽은 책을 나이 들어 읽었을 때 똑같은 감동을 받기는 어려울 테니까. 또 그 사람의 성장배경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 또 다르게 느껴질 테니까.
그래서, '난초'를 키울 때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남았다. 이 글이 바로 수능공부하던 시절에 예문에서도 보았던 글인데, 그때는 '무소유'의 의미를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지금이라고 내가 그 깊은 뜻을 다 좇아갈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그로부터 십년 세월 지나고 보니 조금 더 남다르게 느껴지는 게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견물생심.. ^^
으, 지금도 내 주변엔 사놓고 미처 못 본 책들이 수두룩하건만, 지금도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다 보면 보관함으로 직행하는 책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가 할인 소식이 들리면 덜컹! 주문부터 하고 택배가 왜 이리 많냐는 어무이의 잔소리가 들리면 슬며시 후회도 한다.
단순히 책욕심만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지식욕이, 지적 욕구에 대한 탐욕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좋은 책 많이 읽어서 나쁠 것 없지만, 머릿속만 채워가고(혹은 다른 것이 들어찰 여지를 주지 않은 채 문 걸어자금고) 더 중요한 마음은 비워있는 것 아닐까 순간 섬뜩해졌다.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운 탓이다. 무소유의 소유. 비움의 채움, 조금씩 배워갈 수 있을까. 조금씩, 아주 천천히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