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 카인 시리즈 박스 세트 - 전8권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어쩌다가 이 책을 처음 찾게 되었는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우연히 책방에서 제목에 끌렸는데, 그림체가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조금 망설여졌다.  그래도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는데, 집에 와서 읽어보니 너무 재밌는 것이다.

연재를 시작한 지 한참이었는데 중간에 오랜 공백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 때 천사금렵구를 완결했던 것이 아닐까.

하여간,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와 다시 쓴 작품은, 그림체가 확 바뀌어 있었다.  선이 보다 간결해지고 깔끔해 보이기는 한데, 좀 더 진홍빛, 핏빛, 질척한 느낌은 사라졌다.  나름 발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쉽기도 한 점.

배경은 19세기의 영국. 대대로 毒을 잘 다스려온 백작 가문에서 새로이 작위를 이어받은 카인. 17세의 소년

이쯤 되면 이미 순정만화 전형적 틀은 나왔다.  고귀한(?) 혈통의 미소년, 게다가 냉혈한이기까지 하다.  적당히 도도하고 건방진, 그러면서 모성애도 자극하는 가느다란 선을 가진 젊은(어린) 백작.

그러나, 이런 설정으로만 울궈먹었다면 이 작품이 그토록 사랑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 라인이니까.

타롯카드를 교묘하게 짜맞춘 것이나, 과학 기술의 응용이라던가, 당시의 패션, 문화 등등을 엿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누가 진짜 범인인지 맞추기 어려운 추리물의 구조, 그리고 반전의 반전...

그러니 작품이 오래도록 연재가 되지 않고 완결이 늦어져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 이전의 다른 팬들도.

작품이 너무 궁금해서 이곳저곳을 뒤져 보니 일본판을 먼저 보고서 후기를 남겨놓은 글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엔딩을 미리 보고 말았다는 슬픈 전설이...;;;;

그렇지만 완결편이 나오고 나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새롭게 읽었다. 그리고 역시 안타까운 엔딩에 가슴이 저며서 어흑흑을 외쳤으니....;;;;

그래서, 기념으로 전권을 다 구입했다. (내가 샀을 때는 이런 박스는 없었단 말이다.ㅡ.ㅡ;;;;;)

작품의 전체 줄거리는 하나의 큰 흐름을 흐르지만 각 권마다 작은 에피소드, 그래서 소제목이 따로 붙는데, 그 이야기의 진행들이 참 맘에 들었다. 특히 마더구스편이 인상적이었다.

일종의 '치유'에 대한 이야기랄까. 예수를 배신한 유다에게도 이유가 있었을 것을... 작품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상처를 치료받고, 누군가는 상처에 함몰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다.  누군가는 거듭해서 사람을 배신했지만, 그래도 그 마음 한구석에 단 하나 지키고 싶었던 신의는 있었다고 이해해줄 수 있었던 것에, 어쩐지 내가 고마워지는 기분.

마지막 씬의 카인의 그 웃음은, 정말 하트 백만 개는 날리고도 남을 만큼 사람 홀릴 수준이었다.  아마 그건 작품을 직접 겪고 느껴봐야 이해할 수 있을 듯.

보너스 사진. 엔딩 사진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퍼와서 내 홈에 걸었던 아이콘~!

이 작품을 보고서 천사금렵구를 보았는데, 만족도가 이 시리즈에 비해서 많이 떨어졌다. 여전히 탐미주의 성향은 계속되었지만. 스스로를, 나 아름다운 것 좋아해. 이쁘잖아? 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 같아서 왠지 반해버림. 유키 카오리한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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