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를 쓰려고 작가 이름을 살펴보다가 쿨럭, 놀라버렸다.

작가가 벌써 죽었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아직(...;;;;) 살아계시다. 1918년생인데, 올해 연세가.... 으, 아무튼 장수중이시다.

이 작품도 누군가의 리뷰에 반해서 읽게 된 책인데, 나이 들어서 읽게 된 고전문학 중에서는 굉장히 재미있었던 편이다. 이상하게도 십대 때와 달리 성인이 되어서 흔히 고전문학이라고 일컫는 작품을 접하게 되면 예전 만큼의 감동이 전해지지 않았다.  작품이 나와 안 맞은 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나이 먹었다고 덜 순수해진 건지, 하여간 내게는 그런 징크스가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을 때에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걱정한 게 무색할 만큼 작품은 재미있었다.  난 경주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이 책을 보았는데, 전 날 잠을 못 자서 피곤했는데도 부산까지 논스탑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제목 그대로였다.  이반 데니소비치가 수용소에서 보낸 하루를,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한 책.

그의 하루의 시작은 비참했다. 몸은 오한이 났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아팠다. 그러나 하루를 다 마감한 그의 회고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작업도 생각보다 덜 했고, 빵도 더 얻었고, 아팠던 몸도 괜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낸 셈이다.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고, 수감 생활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갈 그 날이 너무나 멀게 보이는 수감자 데니소비치에게는 하루를 잘 살아내고, 무사히 넘어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그에게 삶의 의미나 철학 등은 모두 사치스런 말이다.

하루하루를 동물적 본능에 의지해서 살아내는 그의 모습은 거의 투쟁에 가까웠다.  사실, 나는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의미는 달랐지만 비슷하게 떠오른 생각이 "운수 좋은 날"이었다. 하루종일 일이 잘 풀려서 너무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을 때 인려거꾼의 아내는 죽어 있었다. 운수 좋은 날이란 제목은 역설적인 의미였다.  이 작품과는 반대 분위기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비참하게 하루를 시작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하룻동안의 일을 한권의 책으로(비록 아주 긴 분량은 아니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서술한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다. (노벨상은 괜히 타는 게 아닌가벼~)

아마도 작가의 수용소에서의 체험이 큰 바탕이 되었을 터,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 사실 많이 가엾기도 했다.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이주된 우리 조상들 생각도 좀 났고.ㅡ.ㅜ

제목과 달리 작품은 그렇게 우울하지 않다.  우울한 내용이 소재이지만, 그것을 묘사하는 솜씨가 결코 우울하거나 칙칙하지 않다.(코믹한 것도 절대 아니지만.)

아무튼, 클래식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별 다섯~!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