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엠비씨 느낌표 선정 추천도서인데, 난 사실 읽으면서,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읽을 때에 재미는 둘째 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책이 어려워서라기 보다, 인생의 깊이, 아픔, 독재정권 시절의 탄압 등등... 여러 배경지식 없이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들이 부끄러웠다.  거추장스러운 형용사나 부사 모두 필요 없고, 거창한 명제나 구호도 다 필요 없었다.  그저 생긴 그대로, 자연에 기대어, 자연을 배우며,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인데...

나는 세상의 지식과 잣대에 기대어 '잘난 척', '아는 척'만 했던 것이다. 독재정권, 자유수호, 이런 단어들을 나열해 보지만, 그 시절을 몸소 체험해보지도 못했고,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이해해보지도 못했으면서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주워삼키는 모습이 영 마뜩찮았다.  사진 속 전우익 선생님이 당장이라도 달려나와 호통이라도 칠 것 같은 기분.

그럼에도, 책이 빨리 진행되지는 못했다.  걸걸한 말솜씨, 투박하고 소박한 듯 보이는 생각들을 적어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세상사는 모습들의 진면목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다 들춰내는 것이 내게는 무리였지만, 그럼에도 글 속에서 간간히 풍겨져 나오는 조금은 어두운 그림자들이, 당신께서 겪었던 고초와 좌절과 설움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은 '그런 소리 마!, 그냥 편히 읽고 느끼고 버려버려!'라고 걸걸한 목소리로 외칠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고인이 되셨는데, 그래도 세상에 족적을 남기셨으니 조금은 위안이 되실까. 아마도 그런 '명예'따윈 아랑곳 않으실 테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나도 나이 먹고 좀 더 성숙해지면 그리 말할 수 있을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몸소 실천하며 살 수 있을까.

자신 없지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혼자 잘 살아서 무엇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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