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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성석제식 글쓰기와 말하기에 흠뻑 취해버렸다.
세상에 이렇게 별난 사람도 있구나.... 싶은 마음으로^^
자잘한 에피소드로 엮어진,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분량의, 한편의 꽁트같은 글들을 읽는데, 웃음이 연달아 터져나와 한참을 진정하는 데에 보냈다.
처음에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착각했다. 다분히 그런 뉘앙스를 풍기지만 교묘하게 이 내용은 소설임을 강조하며 비켜나가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었다.
게다가 지칠 줄도 모르는 그 말솜씨는, 드라마로 치면 김수현식의 '말발'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렇지만, 배우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활자를 통해서 내 머리 속에서, 그리고 나의 경험과 추억에 비추어 재생되는 작품속의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은, 어느 배우여서 짜증나... 라는 식의 비켜감을 허용치 않는다.
나는 너무 즐겁게, 그리고 의미있게 이 책을 보았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보다는 훨씬 가벼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말장난만 하고 넘어가는 책은 절대 아니라는 소리다.
이렇게 능수능란한 말재주를 가진 사람으로 나는 박민규를 꼽겠는데, 작가 박민규의 글은 성석제의 글보다 솔직히 더 진지하나 덜 감각적이다. 그러나 무게를 따진다면 어느 쪽을 편들 수 없을 만큼 각자의 매력을 독특하게 발산하고 있다.
성석제의 글을 보면서, 이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입술의 언어도 이처럼 재밌고 기발할까? 싶은 궁금증이 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라고, 성석제의 이름을 각인시킨 뒤 유독 그가 쓴 칼럼과 짜투리 글들이 눈에 띈다. 애정의 빈도에 맞추어 시야 확보가 되는가 보다. ^^
대체 번쩍하고 황홀한 순간이 언제일지, 그 몫은 독자들이 찾아야 할 것 같다. 각자의 경험과 추억에 비추어서 말이다.